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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열강화유리, 내열유리로 인정했다간…

[재경일보 김동렬(트윗@newclear_heat) 기자] "내열강화유리가 내열유리보다 열에 강한 것 아닌가요?"

일반 소비자들의 상당수가 일반 강화유리에 내열성을 부여한 '내열강화유리' 제품이 '내열유리' 제품보다 내열성이 우수하다고 잘못 알고 있었다.

또한 이러한 가운데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은 강화 처리해 내열성을 부여한 일반 강화유리도 내열유리제 식기에 포함하는 KS 내열유리제식기 개정안을 예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본지가 일반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자체조사한 결과, 내열유리와 강화유리의 차이점을 알고 있다고 답한 소비자는 40.9%였으며 내열 및 강화유리 재질 간 차이점을 알고 있다고 답한 소비자는 13.8%에 불과했다.

특히, 열에 잘 견디는 유리재질에 대해 내열강화유리를 꼽은 소비자는 무려 62.4%였다. 내열유리는 28.5%, 강화유리 8.5%, 모르거나 응답하지 않은 경우는 0.6%였다.

강화유리는 일반유리는 급냉시켜 유리 표면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물리적 충격에 강하다. 내열유리는 붕규산염 유리로 열 팽창률이 작고, 열 충격에 강한 것이 특징이다.

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2008년 들어 유리 식기 사고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데, 문제는 소비자가 제품 사용 시 충격을 주거나 부적절한 취급을 하지 않았음에도 파손되는 점이다. 또한 특정 징후 없이 갑자기 파손되는데다, 파편이 산산히 부서져 폭발하듯 튀어올라 상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강화유리의 특성인 자폭, 비산(飛散)현상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깨지기 쉽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표면의 강도를 높인 강화유리가 인기를 얻고 있다"며 "문제는 열조리 환경인 가정에서, 고온에서의 반복된 작업과 시간이 지나다보면 강화기능이 약해지고 내열성이 점차적으로 낮아져 순간적인 파괴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2008년 7월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는 '강화유리로 만든 식품용기 조심'이라는 제목으로 소비자경보를 발령했고, 한국소비자원에서도 강화유리 식기 관련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접수돼 '강화유리 냄비뚜껑 조심'이라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작년 3월12일 발표한 '식품 등의 표시기준 일부 개정안'에서 유리제 가열조리용 기구에 사용상 주의사항을 표시토록 하고, 유리제 식기에 한국산업표준의 내열유리제 식기(KS L 2424)의 적용범위 중 팽창계수의 범위에 적합해야 '내열'로 표시할 수 있다는 기준을 마련키로 했던 바 있다.

하지만 이 행정예고안과 관련, 같은해 9월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에서는 식약청 및 관련부처간의 논의를 거쳐 재검토를 시행하는 방향으로 진행했다.

또한 한 달 후인 10월 기표원에서 강화 처리해 내열성을 부여한 일반 강화유리도 내열유리제 식기에 포함하는 개정안을 예고했다.

내용을 보면, 현행 '식기의 재질은 봉규산염 유리와 유리세라믹스 및 알루미나 규산염 유리 등 팽창계수가 65X10-7℃-1(0~300℃)이하인 것으로 한다'에서 '유리 세라믹스'를 '결정화 유리'로 바꾸고, '또는 강화 처리하여 내열성을 부여한 유리'를 추가한다.

이를 두고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품질을 보증하는 국가산업표준의 KS 규격이 세계가 소비자 안전을 위해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에 반해 오히려 완화되는 것은 국민을 안전의 사각지대에 몰아 넣는 것으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유리 선진국인 일본에서는 내열유리제 식기 규격에 붕규산염 유리 등을 함유한 조성과 낮은 열팽창계수 기준을 정해 이러한 기준에 적합한 내열유리제 식기 만이 내열유리제로 표기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있다. 또 중국은 일본 규격보다 더 낮은 열팽창계수를 적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일본의 경우 1996년과 1999년, 강화유리 식기를 급식용기로 사용하다가 학생이 안구 수정체를 다치는 사고가 발생해 2001년 유리제식기 품질표기를 마련했다. 내열유리제와 강화유리제 등 유리 재질별로 분명히 표시하고, 강화유리제 품질표기시 취급시 주의사항에 '심하게 비산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문구를 반드시 표기하도록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유리를 급냉시켜 표면만 강화시킨 강화유리는 일부 내열성이 향상되더라도 본질적으로 내열성을 갖춘 내열유리와 조성이 달라 내열유리는 아니다"며 "일본에서는 강화유리를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미국의 소비자 전문지인 컨슈머 리포트(Consumer Report)는 파이렉스(Pyrex) 강화유리 폭발로 실명된 사고가 발생하는 등 미국 소비자제품 안전위원회(CPSC)에도 강화유리로 인한 피해 사례가 163건이 접수됨에 따라, 위험성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이를 통해 강화유리는 실제 내열유리만큼 내열성이 없으며, 순간적으로 폭발하거나 폭발 시 비산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강화유리 식기 안전성에 대해 문제가 되고 있음에도, 이번 KS 내열유리제식기 관련 규정이 예고안 대로 개정되면 내열유리는 물론 내열강화유리도 내열유리 KS 인증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본지 조사에서 내열유리가 내열강화유리보다 내열성이 좋다고 답했던 한 소비자는 "내열강화유리에 내열유리 KS 인증이 붙어있다면 아무래도 내열유리보다 튼튼하고 내열성도 좋을 것으로 인식할 듯 하다"며 "그러면 사고가 더 많이 생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강화유리 사고가 웬만해서는 그렇게 쉽게 일어나겠나 싶지만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며 "소비자 안전과 관련된 규제라면 이유가 어떻든 엄격해야 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