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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넥슨, 계속되는 경쟁구도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국내 온라인게임을 선도하고 있는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행보가 흥미롭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망하는 지름길' 취급을 받던 온라인게임산업이 지금은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고 있고 그 중심에 엔씨소프트와 넥슨이 있다.

이 두 게임사의 보이지 않는 경쟁은 치열하다. 엔씨소프트가 일찌감치 증시에 눈을 돌려 수년간 온라인게임 대장주로 군림해 온데 반해 넥슨은 일본으로 눈을 돌려 지난 14일 한국이 아닌 일본 증시에 상장했다.

늦은 출발이지만, 일본 증시 상장 이후 넥슨의 위상은 한순간에 높아졌다. 김정주 넥슨 회장은 상장으로 3조원대 주식거부 반열에 올랐다. 넥슨 시가총액은 8조원가량으로 넥슨의 지주회사 NXC의 지분 48.5%를 보유한 김정주 회장과 부인의 지분 21.15%를 합하면 3조4천억원대에 이른다. 이는 엔씨소프트 김택진 사장의 1조5천억원 규모 지분평가액수를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수개월 전만 해도 김택진 사장을 자수성가의 표본, 온라인 게임업계의 대부로 추켜세웠는데 넥슨의 상장으로 김택진 사장의 위상은 낮아졌다는 평가다.

넥슨의 일본 증시 상장으로 증권사들의 엔씨소프트에 대한 투자전망이 하향되기도 했다. 넥슨의 일본 상장이 외국인 수급 약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여기에 엔씨소프트의 차기작에 대한 전망이 시간이 지날수록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일부는 엔씨소프트에 대해서 '몰락'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그러나 넥슨 또한 미래가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14일 도쿄거래소에서 첫 거래를 시작한 넥슨은 기대와 달리 약세로 출발했다. 출발이 부진하자 일본 상장에 따른 디스카운트 논란도 나왔다. 한국에서 성장 중인 기업이 일본증시에 상장한다는 점에서 넥슨의 일본 상장은 이전부터도 말이 많았다.

만약 넥슨의 주가가 상장과 동시에 치솟았다면 엔씨소프트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을 가능성이 높았다.

넥슨의 선전으로 국내 게임업체에 대한 재평가 기대감도 있었지만, 반대로 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업체보다 일본에 상장된 넥슨을 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생각만큼 증시에서 넥슨의 호응이 높지 않기 때문에 엔씨소프트의 자존심은 유지할 수 있었다.

결국 두 회사는 다시 컨텐츠 경쟁을 하게 됐다. 갈고 닦아왔던 차기 컨텐츠의 시장평가에 따라 이들의 평가는 또 다시 갈리고, 경쟁구도가 다시 쓰여질 것으로 보인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시리즈와 아이온의 흥행을 이어가는 대작출시가 목마른 상황이다. 길드워, 블레이드앤소울(B&S) 등 수년 전부터 거론돼 왔던 차기작들을 시장에서 실제로 성공시켜야 다시 롱런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리니지시리즈 이후 차기작에 목말라 있던 끝에 등장한 아이온이 큰 성공을 거두며 주당 4만원짜리 주가를 30만원까지 끌어올렸던 성공을 다시 보여줄 수 있을지 관심이다.

넥슨 역시 카트라이더, 메이플스토리와 같은 캐쥬얼 게임으로 성공신화를 이뤘지만, 여전히 MMORPG나 스포츠 장르에서는 약점을 보여왔다. 이를 위해 넥슨은 JCE, 게임하이, 엔도어즈 등 유명 개발사들을 대거 인수했으며 이들의 기술력을 통한 차기작을 선보임으로써 가치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