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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홈플러스, 보안업체 '좀도둑 협박 사건' 숨김없이 밝혀야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지난 15일 영국계 글로벌 유통회사인 테스코가 운영하고 있는 홈플러스의 수도권 내 10개 지점에서 보안요원이 매장 물건을 훔친 소액절도범을 협박해 지난 2010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130여명으로부터 수억원의 합의금을 뜯어냈다는 일이 알려졌다. 홈플러스가 자사 매장 물건을 훔친 도둑의 돈을 역으로 '뜯어낸'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수위가 몇 백배에 달하는 합의금을 낸 사람도 있는 대대적인 '갈취'였다.

이렇게 빼돌린 돈 중 3분의 1은 홈플러스에게로 갔고 나머지는 보안요원들이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홈플러스는 이 돈을 손실보전금으로 썼다. 황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사건에 보안요원(공갈협박 혐의로 팀장급 3명 구속, 팀장을 도와 절도범을 협박한 혐의로 보안요원 48명 불구속 입건), 마트 직원(업체 평가 기준 문제로 전·현직 본부장 2명을 비롯, 총 21명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 , 그리고 비위 경찰(해당 보안업체와 짜고 협박한 혐의로 인천 남동서 경찰관 구속)까지 모두 73명이 적발됐다.

알려진 바와 같이 보안업체 직원은 좀도둑을 붙잡고 추궁을 했는데 이는 보안요원들은 수사를 할 수 없는, 또 용의자를 경찰에 넘겨 수사 의뢰를 해야하는 현행 '경비업법'을 어긴 일이었다. 문제는 이것이 보안업체 선에서만 벌어진 일이었다면 현재와 같은 정도까지의 비판이 있지 않을 일이었겠으나 경찰조사 결과, 홈플러스의 공동 공갈 협의가 있는 것으로 포착이 됐다.

이 사건의 원인은 홈플러스가 보안업체 직원들에게 정한 '평가기준'에 있었다. 홈플러스에 관여하고 있는 보안업체는 총 8개 업체인데, 이번에 문제가 된 업체는 이들 중 3곳이다. 계약을 맺은 이 3개의 업체는 경쟁을 벌여 그 평가 점수에 따라 재계약을 맺게 된다. 이 세 업체는 지난 2009년부터 수도권의 홈플러스 10개 점포 보안을 담당해 왔다. 때문에 보안업체 입장에서는 훔치지 않았음에도 훔쳤다고 한 허위 자백을 한 경우, 또 빌기까지 한 사람도 있었 듯 이처럼 하지 않고는 이들로서도 별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조사 결과 이들은 절도범을 잡아낸 방법, 합의 내용 보고서를 내부망 커뮤니티에에서 공유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보안업체만을 질타할 수 없는 이유다.

이 평가기준 중에는 '절취 1건당 100만원 이상을 받아 손실금을 보전하면 가점 1점'이란 내용이 있는데 이에 대해 홈플러스는 "100만원 이상의 고가품을 절취하는 전문 절취범 적발 시 1점의 가점을 주는 것이란 뜻"이라고 해명했다. 이것이 어떻게 받아낸 합의금을 말하는 것이지, 절도범의 절취액수를 말하는 것인가. 이해 불가능한 해명이다. 또한 홈플러스는 "단순히 업무 성실도를 평가하는 기준이며, 재계약을 좌지우지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경찰 조사결과 이에 대한 정황 증거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증거는 '허위 영수증'이다. 이 영수증에는 물품 수십 개가 적혀있는데, 홈플러스는 이 영수증에 대해 절도범과 합의금이 결정되면 합의한 금액에 맞게 만든 것이라고 했다. 기존에 훔친물품을 포함한 것이며 현재까지 훔쳐 온 물품의 금액을 맞추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과거에 훔친 걸 어떻게 기억해 그것을 합산해 변상한다는 것이냐라며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얘기이고, 지난 2010년부터 10개 매장에서 100만원 이상의 고가품을 절도 당한 일도 없고 또 합의금을 말한다는 진술도 받아냈다고 말했다.

이번 일에 대해 설도원 부사장은 지난 16일 평가에 반영하는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손보는 한편 보안업체 직원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홈플러스는 현재 이들 세 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한 상태다.

현재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다른 대형마트는 평가 기준에는 이런 항목이 없지만 보안업체 직원 교육을 하는 등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내부 단속에 나서고 있다.

어떻게 도둑의 절도를 미끼삼아 그것을 역이용하는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인지 황당하다. 설도원 부회장이 깊이 반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긴 했으나 '평가기준'에 대한 해명에서 보여지는 것과 같이 모면을 위한 해명으로는 홈플러스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은 홈플러스 자사의 윤리경영방침에 대해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할 사안이며, 또 경찰이 밝힌 바와 같이 홈플러스가 알고도 모른척 했다는 것이 사실일 경우 홈플러스는 윤리적 문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서 큰 오점을 남기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