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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신한금융지주 지나친 '순혈주의'…요원한 글로벌화

[재경일보 김동렬 기자] 우리금융지주는 '최대 글로벌 네트워크'를 자랑하며 '글로벌 금융 파트너'임을 강조한다. 또 신한금융지주는 최근 한 금융전문지로부터 글로벌 500대 금융 브랜드 중 51위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는 임원 중 대부분이 산하 자은행 출신들로 채워져 이른바 '순혈주의'(純血主義)가 지나치고, 글로벌화 및 사업의 은행 편중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지주의 경우 8명의 임원 중 은행 출신이 6명으로 비중은 75%다. 신한지주는 11명 중 82%인 9명이 은행 출신이다.

KB와 하나를 포함한 4대 금융지주 전체적으로 보더라도 전체 50명의 임원 중 은행원 출신은 모두 37명으로 74%에 해당해, 금융기관의 고질적인 순혈주의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관료 출신과 금융연구소 출신은 각 4명이었고 증권과 카드사 출신은 각각 2명과 1명에 그쳤다. 특히 기업 출신은 대한생명과 딜로이트회계법인에서 근무했던 하나금융지주의 조기욱 부사장 단 한명 뿐이다.

4대 은행의 지난해 해외법인 실적은 국내 금융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들의 2012년도 총 수익은 73조1702억원이었는데, 이 중 해외에서 얻은 수익은 1조1808억원에 그쳐 1.61%에 불과했다.
 
그나마 2001년 가장 먼저 출범한 신한금융지주의 신한은행이 3.1%의 다소 높은 비중을 보였을 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1.69%와 1.50%에 그쳤고, 국민은행은 0.25%에 불과했다.

특히 4대 은행의 해외법인 수는 지난 3년사이 2개가 늘었을 뿐 제자리 걸음을 하고있고, 실적 또한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해 수익이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 은행들의 해외진출 형태는 글로벌 금융사와 비교하면 더욱 초라하게 보인다.
 
외국 주요 은행들의 해외매출 비중을 나타내는 TNI는 UBS가 77%에 달했고, 도이치뱅크와 HSBC도 75%와 65%를 기록했다. 씨티은행과 일본의 미츠비시UFJ도 44%와 29%였다.
 
4대 금융지주는 해외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업종 다양화의 설립 취지를 살리지 못한채 은행 수익에 치중하고 있다.
 
지난해말 현재 각 금융지주의 전체 수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KB금융지주가 92.9%, 우리금융이 90.7%, 하나금융이 90%로 3개 지주가 90%를 넘었고 신한금융지주만 83%로 80%대였다.

이와 관련, CEO스코어 관계자는 "지난 2001년 정부가 금융지주회사법을 만들어 국내 금융의 글로벌화를 시도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은행들은 규모만 커졌을뿐 여전히 비슷한 유형의 은행원들이 국민들의 주머니에서 나오는 금리만을 챙기는 손쉬운 경영을 계속하고 있다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도 "국내 금융의 글로벌화를 위해 대기업식 경영 마인드와 글로벌 의식을 가진 새로운 인물들을 대거 영입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매번 나오지만, 별다른 변화는 없는 실정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