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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내부거래 축소 中…눈치보고 있는 대기업들

[재경일보 박성민 기자] 대기업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과세와 처벌 등을 강화하려 하는 경제민주화 추진 움직임에 재계가 자발적으로 내부거래 축소에 나서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지난 17일 내부거래 축소 방침을 발표하고 물류·광고 부문에서 6000억 원대의 내부거래 물량을 중소기업 등 비계열사로 넘기기로 했다.

삼성, SK, LG그룹 등은 작년부터 시스템통합(SI)·광고·건설·물류 업종 분야의 일감을 계열사 몫에서 비계열사 몫으로 전환했다.

SK는 그룹 내 광고를 SK플래닛에 몰아주다시피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경쟁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정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SK는 SK텔레콤과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올해 SI 계열사인 SK C&C와의 거래규모를 10% 가량 줄일 방침이다.

일각에는 획일적 규제 대신 업종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를 웃도는 계열사가 상대적으로 많은 GS그룹은 계열사별 상황에 맞게 경쟁입찰의 확대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GS는 30대 그룹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를 넘는 계열사가 20곳으로 가장 많다. GS는 내부거래의 투명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2011년 4월부터 계열사별로 사외이사를 위원으로 한 내부거래위원회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가 넘는 계열사를 11개 둔 효성그룹도 "향후 정부 방침에 따라 개선할 점이 있으면 하겠다"는 입장이다. 효성은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 넘는 계열사가 11개다.

한진그룹은 부동산 관리업체인 정석기업과 SI 기업인 싸이버스카이, 유니컨버스 등 3곳이 계열사간 내부 거래에 대해 "비중을 줄이려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한진은 순환출자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발표했다.

유통 대기업들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내부매출 비율을 줄이는 쪽으로 '큰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CJ그룹도 구체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았지만 현대차의 발표 등 재계의 내부거래 축소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 대응 방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집단 중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STX는 수직 계열화된 구조이기 때문에 부당 거래 논란에서 벗어난다는 입장이다.

작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 발표에서 4대 그룹 다음으로 내부거래 규모(14조9000억 원)가 큰 것으로 지적된 포스코는 광고·설비발주 내부거래를 줄이려고 지난해 광고대행 계열사 포레카의 매각을 추진했다. 또 제철플랜트 공사를 계열사인 포스코건설에 수의계약으로 맡기지 않고 경쟁입찰로 돌렸다.

한화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물류, SI, 광고, 건설 등에서 경쟁입찰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려의 목소리들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끼리 서로 주고받는 식의 변칙 거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 등에 따르면 내부거래 비중이 30% 이상인 대기업 중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30%를 넘는 곳은 120곳이다.

지난 해 대기업 46곳의 내부거래 규모는 1년 전보다 40% 가까이 늘어난 186조 원이다. 2011년 말 기준 총수가 있는 대기업 중 상위 10개 그룹의 내부거래 금액은 139조 원으로 전년보다 30조 원이 늘었고, 내부거래 비중은 14.5%로 전년의 13.2%보다 1.3% 포인트 증가했다.

그룹별 내부거래 금액은 삼성(35조 원), SK(34조 원), 현대차(32조 원), LG(15조 원), 포스코(14조9000억 원)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