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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통일구상' 제시…유연한 대북접근 나서나

(드레스덴<독일>=연합뉴스) 신지홍 김남권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각) 독일 드레스덴공대 연설을 통해 제시한 통일구상은 '통일 대박론'을 뒷받침할 실천방안을 담은 로드맵의 성격을 띠고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통일이 단순히 하나의 영토, 하나의 체제를 만든다고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질적인 두 체제의 단순결합을 지양하고, 남북한 주민들의 동질성 회복을 거쳐 '통합된 한반도'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대통령은 평화통일 기반조성을 위한 대북지원 확대를 골자로 한 3대 제안을 북측에 건넸다.

청와대 측은 이러한 제안이 포괄적 대북제재인 5.24조치나 북핵문제의 진전 등 엄격한 전제없이 추진될 여지가 있음을 시사함으로써 향후 우리 정부가 남북한 정치상황과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두면서 대북화해를 위한 전향적인 대북접근에 나설 것임을 암시했다.

'통일 대박론'을 띄운 박 대통령의 대북 인식이 상당히 유연화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하는 대목으로 평가된다.

이는 지난 23일 네덜란드 헤이그 한중 정상회담에서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해 "앞으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보장 등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 6자회담 재개를 위한 노력경주 등을 시사한 것과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이는 ▲남북한 주민들의 인도적 문제 해결(Agenda for Humanity) ▲남북한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 인프라 공동 구축(Agenda for Co-prosperity)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Agenda for Integration) 이다.

우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제안에 이어 유엔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1,000days) 사업'을 펼쳐 대북 인도적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농업생산의 부진과 산림의 황폐화로 고통받는 북한 지역에 농업, 축산, 그리고 산림을 함께 개발하는 '복합농촌단지'를 남북한이 함께 조성하자는 제안도 했다.

특히 한국은 북한 주민들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해 교통·통신 등 가능한 부분의 인프라 건설에 투자하고, 북한은 한국에 지하자원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다면 남북한 모두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남북 경제교류 모델'도 언급했다.

또 현재 추진 중인 나진·하산 물류사업 등 남북러 협력사업과 함께, 신의주 등을 중심으로 남·북·중 협력사업을 추진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의 공동발전을 이뤄가겠다는 뜻도 밝혔다.

통일 구상 밝히는 박 대통령통일 구상 밝히는 박 대통령이와 함께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을 위해 순수 민간 접촉이 꾸준히 확대될 수 있는 역사연구와 보전, 문화예술, 스포츠 교류 등을 장려해 나가는 한편, 북한이 원한다면 국제사회와 함께 경제운용과 경제특구 개발 관련 경험, 금융, 조세 관리, 통계 등에 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도 지원해 나가겠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사업들은 2010년 천안함 피격 사건으로 남북 간 인·물적 교류를 잠정 중단한 '5·24 조치'와는 다소 방향이 다른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박 대통령이 제안한 사업들이 5·24조치와 관계없이 추진 가능한지에 대해 "5·24 조치는 우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북한의 책임있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유지되어야 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분단이 길어짐에 따라 민족적 이질감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해소하기 위한 교류협력과 북한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협력 등은 국민적 공감대를 기초로 단계적으로 검토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천안함 피격에 대해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입장을 버리지는 않겠지만, 그것에 얽매여 남북한 통일을 위한 기반을 하나씩 진행해나가는 것을 포기하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또 이날 박 대통령의 제안들에 대해 "북한의 비핵화 진전없이 북한 지역 인프라 등을 추진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청와대측은 "정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등 국제규범과 국제사회의 합의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인 협력과 지원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북한 비핵화의 확실한 진전이 있으면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답변 역시 북한 비핵화를 북한 지역 인프라 건설 등을 위한 엄격한 전제조건으로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저는 현실적으로 이렇게 거대한 분단의 벽을 쉽게 무너뜨릴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평화통일이라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하나하나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남북한은 교류협력을 확대해가야 한다"면서 "일회성이나 이벤트 식 교류가 아니라, 남북한 주민들이 서로에게 도움을 주면서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교류협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통일대박' 구상의 실현을 위해 이제는 남북한이 끝없는 대립의 평행선 구도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며, 이를 위해 우리 정부가 먼저 적극적인 자세로 다가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북측이 박 대통령의 제안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남북관계가 중대한 변곡점을 맞을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비핵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요구는 그대로인 만큼, 북한이 이날 제안에 대해 "진정성이 없다"는 반응을 보일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