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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銀 도쿄지점 부당대출 '눈덩이' 되나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고유선 기자 = 우리은행 도쿄(東京)지점에 대한 금융감독당국의 조사가 재개되면 당국에 의해 확인되는 부당대출과 리베이트(뒷돈) 규모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도 애초 1천700억원으로 알려진 부당대출 규모가 검사가 진행되면서 5천억원 이상으로 늘어난 바 있다.

다만, 이번 사건이 일본에서 벌어진 일인만큼 리베이트의 용처와 정확한 규모를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당대출 규모 얼마로 커지나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애초 우리은행이 파악해 금융감독원에 보고한 도쿄지점의 부실대출 규모는 약 600억원 선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검사 과정에서 부실·부당대출 규모는 이보다 몇 배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국민은행 도쿄지점 부실 대출 규모도 갈수록 늘어났다.

애초 알려진 국민은행 도쿄지점의 부실대출은 1천700억원 규모였지만 감독당국과 검찰 조사를 거치면서 연루자가 늘어나고 추가 부당대출 사례가 드러났다.

결국 검찰이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언급한 부당대출 규모는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가장 먼저 수사를 받은 전직 지점장 이모(58·구속)씨는 2010년 1월부터 2013년 1월까지 모두 289억엔, 함께 구속된 부지점장 안모(54)씨는 2007년 6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모두 296억엔을 불법 대출해줬다.

함께 취급한 대출을 고려하면 전체 불법대출 규모는 약 300억엔으로, 2010∼2011년 환율을 적용하면 한화 4천억원 안팎이라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다른 시기에 도쿄지점장을 지낸 김모(56)씨가 2007∼2009년 대출서류를 조작해 140억엔(당시 환율 기준 약 1천500억원)을 불법대출해준 것까지 합치면 불법대출 규모는 5천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특히 우리은행이 국민은행보다 훨씬 일찍 일본에 진출한 점 등을 고려하면 부당대출 규모가 600억원 선에서 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꼬리표' 없는 뒷돈 용처 밝힐 수 있나

최근 자살한 전 도쿄지점장 김모(56)씨 이외에 다른 연루자가 있는지, 도쿄지점에서 국내로 반입된 자금은 어디에 쓰였는지도 금융당국이 들여다봐야 할 사안이다.

문제는 대규모 자금을 불법 대출해주면서 챙겼을 리베이트의 용처를 추적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이 아닌 일본 현지은행을 통해 돈을 움직였다면 거액이라도 한국 정부가 세밀하게 들여다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감독당국 관계자는 "현지 은행과 거래한 내역까지는 여기서(한국 감독당국에서) 조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일본 금융청 관계자가 최근 한국을 찾아 금융감독원과의 공조를 논의했지만 어느 선까지 공조가 이루어질지도 미지수다.

감독당국이 검사가 끝난 뒤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다고 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은행 직원이 아닌 다른 관련자를 조사하는 것도 녹록하지 않다.

불법대출 외에 리베이트 규모까지 제대로 파악하려면 돈을 받은 이들뿐 아니라 돈을 준 이들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데 재일동포 등 일본에 거주하는 도쿄지점 거래고객을 한국으로 불러들일 방법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이론적으로는 검찰이 일본 사법당국과 공조할 수 있지만, 이들에 대한 송환을 요청하려면 양쪽 국가에서 모두 범죄가 성립돼야 하고 일본 현지에서도 재판 등 관련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본 금융사들은 대출 리베이트를 수수료로 간주해 회계처리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상황에서 리베이트를 줬다는 이유만으로 송환을 요청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관계자들의 견해다.

리베이트가 제3국으로 유출됐다면 추적은 더욱 어려워진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해외로 가 해당 내역까지 들여다볼 수는 없는 일"이라며 "(감독당국은 관련자들이) 국내로 들여온 자금이 어디에 사용됐는지 밝히는 데 집중하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