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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한인무역협회 김우재 회장

"희생된 어린 학생들의 명복을 빌며 그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외국에 사는 한상(韓商)이지만 동포로서 같은 책임을 느끼고 있습니다. 한 명이라도 구조하겠다고 험난한 파도와 싸우는 관계자들의 노력만큼 많은 생명이 구조되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제16차 세계대표자대회 및 수출상담회 개막을 하루 앞둔 21일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동 롯데호텔에서 만난 세계한인무역협회(월드옥타) 김우재 회장은 "세월호 참사로 마음이 무겁고 기적이 일어나길 바랄 뿐"이라며 착잡한 심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김 회장은 "제주도 내 중소기업의 해외 판로를 열어주고 상품 수출에 이바지하고자 우리 협회가 심혈을 기울여 이번 대회를 연다"면서 "그러나 세월호 참사 희생자와 그 가족을 위한 애도 물결에 참여하는 뜻으로 개·폐회식 등의 공연 행사는 모두 취소했다"고 밝혔다.

대신 통상위원회 회의, 확대회장단 모임, 수출상담회, 해외 취업 인턴십, 투자 유치 설명회 등의 원래 프로그램은 그대로 진행한다는 것.

그는 "제주에 모인 우리 회원들은 희생자 추모와 실종자 구호에 미력이나마 힘을 보태기 위해 성금 모금을 할 것"이라며 "이번 행사가 전 세계 한인사회에 '스타팅 포인트'가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33년 역사의 월드옥타는 전 세계 68개국 130개 지회에 정회원 6천500여 명, 차세대 회원 1만 2천500여 명을 거느린 국내 최대 규모의 재외동포 경제단체. 매년 4월과 10월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와 공동으로 세계대표자대회와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열고, 지역과 모국에서 차세대 무역스쿨 등을 개설하고 있다.

22∼25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 등에서 열릴 제16차 제주 대회에는 김 회장을 비롯해 이청길 이사장, 김성학 수석부회장, 명예회장과 상임집행위원, 통상위원장, 지회장과 회원 등 540명과 외빈, 제주도 내 기업인 등 총 700여 명이 참가한다.

지난 2012년 10월 제17대 월드옥타 회장에 당선된 김 회장은 충남 홍성 출신으로 한국항공대학을 졸업하고 대한항공에 입사해 10년간 근무하다가 1977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30년 넘게 식품유통업·건설업·관광업·부동산업 등을 아우르는 무궁화유통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재단 이사, 민주평화통일자문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인도네시아 후생복지 훈장, 자랑스러운 해외 경영인상, 대한민국 고객 감동 그랑프리 대상 등을 받기도 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 제16차 대회를 제주에서 여는 이유는.

▲ 제주도는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자연유산인 동시에 세계 7대 경관에 속하는 자랑스러운 곳이다. 세계 각국에 아름다운 제주도를 널리 알리고, 관광 및 투자 유치가 활발히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번 대회를 개최한다. 지난해 4월 전북 부안에서 연 제15차 세계대표자대회 때 제주 출신인 강창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을 비롯해 제주특별자치도청이 적극적인 유치 활동을 벌였다.

-- 제주도에서도 대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 각국 한인 기업의 CEO이자 월드옥타를 대표하는 지회장 등이 대거 참가한다. 제주도는 국제자유도시이며 관광명소이다. 천혜의 자원을 활용한 특화산업이 발달한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한국 국민이나 세계 각지의 외국인들은 제주도의 우수한 기업들을 잘 모를 수 있기 때문에 이번 대회를 통해 소개할 생각이다. 우리는 우수한 제주 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다. 제주도가 원하는 해외 판로 개척과 투자유치에 일조할 것이 틀림없다.

-- 월드옥타와 제주도 간 연계사업은 어떤 것이 있나.

▲ 우리는 제주도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경제·통상, 청년인력 해외 일자리 창출, 제주도 내 기업과 협회와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 지속적인 교류·협력을 통해 제주도가 직면한 경제 현안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대회 기간에 제주도 청년들을 위한 해외 취업 설명회, 제주도 내 기업의 수출 증진을 위한 수출상담회, 협회의 차세대 경제인과 제주도 내 청년 기업인과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및 간담회, 제주도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 차기 회장 선거가 치러질 가을 대회를 제외하면 이번이 사실상 임기 전 마지막 행사나 다름없다.

▲ 지금까지 협회의 대외적인 이미지와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을 펼쳤다. 개인적으로 협회를 대표하는 회장으로 기쁘기 그지없다. 특히 월드옥타의 사업 예산이 올해 증액됐다. 임원을 비롯한 전 회원의 노고에 힘입은 결과다. 아쉬움도 있고, 더 잘할 수 있었는데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도 분명 있다. 그러나 조급해하지 않고 점진적으로 개선해야 하는 부분들이었다. 우리만의 문화인 형제애를 바탕으로 슬기롭게 헤쳐나갈 것으로 믿는다.

-- 대회가 끝나고 대북 투자에 관심 있는 회원들이 북한 개성공단 방문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 아직 방북 승인이 나지 않아 구체적으로 언급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정치·외교적으로 풀 수 없는 남북관계를 경제로, 특히 한상들이 나서서 접근해보자는 취지로 방북을 추진했다. 월드옥타에는 북한과 사업을 하는 회원사가 많이 있다. 우리 회원들은 모국 내에 있는 어느 단체보다 대북 관련 사업을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통일 대박'을 실현하는 데 우리가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 남은 임기 중 중점적으로 진행할 사업은.

▲ 월드옥타의 우수한 네트워크를 활용한 중소기업의 수출 증진 사업, 청년 취업·창업 사업 등에 힘을 쏟을 계획이다. 세계 경제가 회복기에 있지만 모국 경제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특히 전체 수출의 3분의 1 정도에 머물고 있는 중소기업과 내수기업의 수출 증진을 위해 우리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할 예정이다. 청년들의 취업도 어떻게 보면 국내의 우수한 인적자원을 세계가 원하는 지역으로 수출하는 사업이며, 글로벌 창업 지원 사업도 청년 기업가들이 세계시장에 도전해 당당히 맞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올해 진행할 차세대 무역스쿨에는 참가자들이 국내 중소기업의 아이템을 해외로 진출시킬 실질적인 방안을 연구하도록 주요 과제로 제시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