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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하, 경제 살리기 실질적 도움 되기를

한국은행이 14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작년 5월 0.25%포인트 내린 이후 15개월 만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2010년 11월 이후 3년10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 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기준금리를 내린 것은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사전조치를 취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이후 위축된 경제주체의 심리악화가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이는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경제 살리기에 올인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정부의 정책 방향에 화답해 공조한 모양새가 됐다. 지난달 내놓은 41조원 규모의 거시경제 패키지와 부동산 규제 완화, 세제에 이르기까지 전방위로 경제 살리기에 나선 정부로서는 이제 금리 인하의 날개까지 단 셈이다. 금리인하가 경제심리 회복과 소비·투자 증대의 선순환을 일으켜 경제를 활성화하는데 큰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

사실 시장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였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취임한 이후 경제활성화를 최우선 과제로 놓으면서 한은도 정책 공조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렸다. 여당에서도 선제적 통화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나왔다.

한은 이 총재의 태도도 점차 바뀌었다. 이 총재는 5월까지만 해도 "기준금리의 방향 자체를 인하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7월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는 '경기 하방 리스크'라는 단어를 9차례나 언급하며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했고 최 부총리와의 첫 회동에서도 '내수 부진 등으로 하방 리스크가 커졌다'는 경기 인식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국고채 금리가 떨어지는 등 시장 금리는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해 먼저 움직였다. 여기에다 경제 살리기에 힘을 쏟는 정부와의 정책 공조도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한은의 이번 금리 인하 결정은 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금리 인하가 긍정적 효과만 기대되는 것은 아니다. 1천조원을 넘은 가계 부채를 더 늘려 금융시스템의 건전성을 해칠 수 있고, 전셋값 상승을 불러와 서민 가계에 주름을 더 지게 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 크게는 세계 금융시장을 이끄는 미국 중앙은행이 양적완화를 마치고 금리 인상쪽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돌리려는 것과 엇박자로 가는 것도 부담이다.

이런 것들은 한은이 추가적인 금리 인하 조치를 취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시장의 관심은 충분히 예상된 이번 금리 인하 보다는 향후 추가 인하 여부로 벌써 옮겨간 상태다.

이날 금리 인하에도 증시나 채권시장의 반응은 덤덤했다. 코스피는 0.04% 올라 제자리 걸음을 했다. 금리 인하의 기대를 선반영한 금융시장에서는 막상 뚜껑이 열리자 약발이 없었던 셈이다. 중요한 것은 기준금리 인하가 실물 경제를 활기차게 돌아가게 하는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게 하는 것이다. 부작용이 없도록 살피면서 금리 인하가 경제분야 구석구석까지 온기를 퍼뜨릴 수 있도록 정부가 세밀하게 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