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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상승률 21개월째 1% 대…‘왜'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2년 6월부터 2년 넘게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인2.5∼3.5%를 밑돌고 있다.  

지난해 10월 전년동기대비 0.9%로 최저점을 찍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2월 1.0%, 3월 1.3%, 4월 1.5% 에서 5월과 6월 1.7%로 점차 상향곡선을 그리다 지난달 다시 1.6%로 주춤한 상황이다.

최근 저물가 현상은 농산물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안정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있다.

지난해 태풍이 없을 정도로 기상 상황이 양호해 농산물 공급이 좋았고, 유가 등 국제 원자재 가격도 안정적이어서 특별한 물가 상승 압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의 저물가 기조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부진 요인이 결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져 경제 주체가 소비를 뒤로 미루고 있고, 상품이나 서비스가 팔리지 않다 보니 가격이 오를 일도 없는 것이다.

‘90년대 후반 연평균 7%에 달하던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최근 1% 대를 맴돌고 있다.  

고도성장기의 높은 물가 상승률로 어려움을 겪던 서민 경제를 생각해보면 현재와 같은 저물가 기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물가가 장기간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면 ‘디플레이션' 에 돌입할 수 있다.  

디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금리가 낮아지지만 기업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투자를 기피하고 임금을 줄이거나 기존 노동자를 해고하는 식으로 움직인다.

일본의 경우 1990년 이후 장기적으로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에 접어든 뒤 만성화된 경기 침체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저성장 기조도 장기화 한지 오래다.  

이에 따라 한국도 최근의 저물가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저성장까지 고착화해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유효수요가 부족해 물가가 오르지 않는 상황인데, 지속하면 장기 저성장 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은 디플레이션까지 갈 정도로 물가 상황이 나쁘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물가를 낮춘 요인은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안정과 농산물의 이례적으로 양호한 작황이라 앞으로는 올라갈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기본적으로 내수 회복이 아직 불확실하고 환율도 절상 흐름을 보일 가능성이 커서 올해 하반기나 내년에도 큰 폭으로 높아지진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현재의 물가 수준이 지속되더라도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의 안정적인 물가상승률 수준은 디플레이션을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해 떨어지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