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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거장 무라카미 하루키・무라카미 류, 그들의 ‘교집합’

[재경일보 박인원 기자] = 비슷한 시기에 작품 활동을 시작한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류. 두 작가는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니고 있지만 새로운 패러다임의 문학을 선보이며 일본 문단을 이끌어왔다.

그는 무라카미 류의 등단작이자 출세작인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와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작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비교 분석했다.

사실 두 작품 사이에는 약 40년이라는 긴 시간이 가로놓여 있다. 하지만 소설가 장정일 씨는 두 작가의 작품세계가 “청산되지 못한 전후(戰後)를 끌어안고 있었던 전후문학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했다.

두 작품 모두 정체성의 상실과 장소의 상실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두 작가가 보여주는 "정체성 상실과 장소 상실을 아직 채 청산되지 않은 일본의 과거사와 연관지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근대화 성공 뒤 아시아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냉전으로 인해 전후 청산을 하지 않아도 되는 '행운'을 잡았으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잃을 정도로 미국화되어갔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장 씨는 두 무라카미의 소설에서 “일본의 정체성 상실과 장소 상실이 거듭 표상되어 온 까닭은 이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두 작가의 소설책속의 “나한테는 나라는게 없다. 나는 인형이다”, "내가 있는 곳이 어딘지도, 그리고 가야할 곳도 없다” 로 대변되는 두 작가의 주인공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혼란과 고독 상실 속에서 자기자신과 직면하는 것 마저 피하고 있다.

그는 "류와 하루키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일본의 탈아입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면서 특히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집단적 이민 욕망은 개인의 선택이 모인 것이자 그것 자체로 전후 청산을 회피해온 일본의 증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