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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금형 퇴직연금 '논란'…연금 손실 위험 커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정부가 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적연금을 보완할 사적연금 제도 활성화와 사각지대 축소를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며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기금형 도입과 자산운용규제 완화로 연금 손실 위험 우려도 있는 만큼, 연금 위험 감독 체계와 수탁자 책임 강화 방안, 수급권 보호 장치 등 보완책을 충분히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란 사외에 기금을 설립하고 퇴직연금 적립금을 기금에 신탁하는 방식으로, 2016년 7월부터 대규모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도입된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연금 도입과 운용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연금 가입자의 선택권을 늘려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손실 위험을 고려한 보완장치를 구체적으로 가져가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기금형 제도는 수탁자의 운용 책임이 중요해지는 만큼 수탁자의 책임을 법령 등을 통해 엄격하게 규정하고 운영 부실을 막는 관리 감독 장치가 철저하게 마련돼야 한다.

기업이 주도권과 운용권을 상당부분 가져가게 될 수 있어 이를 견제하기 위해 근로자 측의 투자 전문성이 제고돼야 할 것이다.

또 손실이 나더라도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호할 수 있도록 확실한 보험성 장치를 만들고, 수탁자에게는 무거운 책임을 지우는 방식의 규제도 필요하다.

또 전문가들은 지금같은 저금리 상황에서 운용을 잘 할 수 있는 ‘체계’ 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준행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금형이 무조건 좋은 것이라고 할 순 없지만, 기금형을 도입해 계약형과 병행하는 방식으로 가면 현재 계약형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이어 그는 “연금보호기금 등을 통해 기업이나 운용회사가 파산했을 경우 수급권을 보장해주는 등 보완책이 있으면 좋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한편, 금융권에서는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이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시장축소를 가져올 수 있다며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 입장에서는 자산운용 규제가 완화됨에 따라 위험 선호도에 따라 좀 더 높은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위험 부담도 감수해야 한다.

한 시중은행 퇴직연금 담당자는 "대규모 기업들이 기금형 제도를 도입해 금융기관이 아닌 기금에 적립금을 맡기게 되면 결국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시장 파이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퇴직연금을 의무화해 전체 퇴직연금 시장이 커지더라도 큰 기업들이 기금형 제도로 빠져나가게 되면 전체 시장은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생명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형 퇴직연금제도의 특성을 고려할 때 기금형 제도 도입은 아직 시기상조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