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애플페이 vs 카카오페이…지갑 대체 시대 연다

[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지난해 3월 금융결제원과 국내 16개 은행이 공동으로 스마트폰 지갑 `뱅크월렛’ 을 내놓았을 때 곧 지갑이 필요 없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뱅크월렛의 쓰임새는 크게 두 가지로 전국 7만5천여대의 금융기관 자동화기기(CD/ATM)에서 스마트폰의 간단한 터치로 현금인출, 계좌이체 등 금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또 할인점, 편의점, 체인점 등 오프라인 가맹점과 모바일쇼핑몰 등 온라인 가맹점에서 스마트폰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사실 그동안 모바일 결제 시장을 놓고 통신사와 카드사 등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했던 것에 비해 어떤 업체도 시장에서 뚜렷한 입지를 다지지 못한 형국이다. 모바일 카드나 전자지갑이 말처럼 플라스틱 카드나 일반 지갑을 대체하기에는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장벽은 스마트폰을 터치해 결제할 수 있는 근거리무선통신(NFC) 리더기(단말기) 보급이 부진한 점이다. 삼성전자 역시 일찌감치 `삼성 월렛'이라는 전자지갑을 내놓았지만, 국내시장에서는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기존 리더기가 노후화돼야 모바일 결제가 가능한 리더기로 교체될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결제 환경이 제대로 갖춰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애플이 앞으로 출시할 아이폰6에 전자지갑인 `애플 페이'를 넣으면서 NFC 모바일 결제 시장에 다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구글이 이미 3년 전 `구글 월렛'을 내놓았지만, 그다지 시장의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애플 페이는 등장부터 심상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구글 월렛이 단지 플랫폼만 제공한 것과 달리 애플 페이는 모바일 결제를 위한 생태계를 제시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미국 신용카드 결제의 83%를 차지하는 마스터, 비자,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등 3대 카드사를 비롯해 주요 금융권과 손잡았고 맥도널드, 나이키, 스타벅스 등 22만개 이상의 제휴점을 확보했다.

하지만 애플 페이가 미국에서 큰 성과를 내더라도 국내 모바일 결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국내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무엇보다도 아이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10%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통신사, 카드사, 은행 등이 협력과 경쟁하는 복잡한 구도에서 외국 업체인 애플이 주도권을 잡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바일 결제라고 하면 통칭해서 스마트폰을 이용한 결제를 말하지만, 사용처에 따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분명하게 나뉜다.

모바일 결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는 엄밀하게 온라인 시장이 커지는 것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페이팔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중국에서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와 텐센트의 `텐페이'가 승승장구하는 것은 탄탄한 온라인 기반을 가진 덕분이다.

온라인상에서 모바일 결제 규모가 급성장하는 것은 오프라인에서처럼 별도의 결제 단말기가 필요 없고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간편하게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내에서는 최근 모바일 결제 시장에 뛰어든 카카오가 주목받고 있다.

금융결제원과 은행들이 주도하는 뱅크월렛이 카카오와 손을 잡은 것은 이런 맥락이다. 카카오는 카카오톡 플랫폼을 제공해 `뱅크월렛 카카오’ 를 다음 달 중 상용화할 예정이다. 이 업체는 이와 별도로 최근에 모바일 결제 수단인 `카카오페이'도 내놓았다.

카카오는 일단 온라인에 집중해 가맹점 수를 넓히고 나서 이를 기반으로 오프라인 시장을 넘보겠다는 심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바일 결제는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에서 더욱 빠르게 확산하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시장을 장악하는 업체가 이를 바탕으로 나중에 오프라인 시장도 주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