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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규모 한전부지 입찰 '하루 앞'…삼성・현대 긴장감 '팽팽'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축구장 12개를 합친 면적(7만9천342㎡)의 서울 강남 금싸라기땅 한국전력 삼성동 부지 입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한전부지 입찰은 감정가만 3조3천억원대로, 단일 자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 입찰이다. 낙찰 가격은 4조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여기에 국내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간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누가 최종 땅주인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전은 17일 오후 4시까지 입찰을 진행한 뒤 최고가격을 써낸 입찰자를 18일 오전 10시 낙찰자로 선정한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입찰을 하루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삼성그룹은  한전부지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으나 물밑에서 비공개 전담조직을 꾸려 입찰을 준비해왔으며 이미 입찰 조건과 사업성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일찌감치 인수전 참여를 선언한 현대차는 조만간 이사회를 열어 입찰 참여 방식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입찰에 필요한 서류 준비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전부지 인수전의 승패는 누가 더 비싼 값을 부르느냐에 달려있다. 따라서 두 그룹의 최고 경영진은 마감 시간 직전까지 입찰 가격을 얼마나 써낼지를 놓고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마지막 결단만 남은 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전부지 사업은 감정가를 기준으로 해도 개발비용만 10조원이 들지만, 개발수익은 2조원 가량 적자가 나는 ‘돈 안 되는 투자처’라는 분석도 나오는 있다. 따라서 인수전에서 승리하면서도 ‘승자의 저주'에 빠지지 않을 적정 가격선을 정하는 것이 이들 그룹의 숙제다.

현대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터무니없이 무리한 가격을 써내지는 않겠다는 것이 내부 기조"라고 전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 단독으로 응찰할지,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알짜 계열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할지를 놓고 막판 조율하고 있고, 업계에서는 현대차 단독으로 한전부지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가 보유한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 규모는 17조6천억원으로, 인수비용과 개발비용을 충당하는데 큰 무리가 없기 때문이다. 또 계열사들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경우 지분 관리 등이 복잡해지는 점도 단독 인수 가능성을 점치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현대차의 실적이 악화하고 향후 경영상황도 불투명한 상황이어서 주력 계열사인 기아차와 현대모비스가 참여해 비용을 분담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는 한전부지에 그룹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통합사옥을 비롯해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시설, 한류체험공간, 호텔 등을 두루 갖춘 서울시의 '랜드마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또 재계에서는 삼성그룹이 삼성전자,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주력 계열사를 주축으로 한전부지 개발 사업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개발 사업의 규모가 워낙 커 부지를 자체 자금으로 사들이더라도 실제 개발은 외부의 재무적 투자자가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물산은 2009년 포스코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전부지 일대를 초대형 복합상업단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한 바 있으며, 삼성생명은 2011년 한전 본사 인근 한국감정원 부지를 2천328억원에 사들였다.

특히 그룹의 ‘캐시카우'인 삼성전자가 이번 사업에 주요 투자자로 참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일각에서는 최근 최근 스마트폰 판매 감소로 삼성전자의 실적이 나빠지고 있어 한전 부지 투자가 부담이 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삼성이 과거 위기 때마다 과감한 투자를 통한 혁신과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는 역발상 전략을 구사했던 점을 고려하면, 오히려 이번 사업을 성장동력을 찾는 그룹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는 절호의 기회로 판단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