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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한전 입찰에 10조 통 큰 ‘기부’…승자의 저주 ‘우려’

현대차그룹이 한전부지를 10조5천500억원에 낙찰받으면서 적절성 논란이 일고 있다.

18일 한국전력은 서울 삼성동 부지 입찰 결과 현대차그룹이 낙찰 가격 10조5천500억원으로 최고 가격을 써내 낙찰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부지 감정가인 3조3천346억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금액이다.

또 한전이 입찰 하한선인 예정가격으로 잡아 놨던 금액도 부지 감정가와 동일한 3조3천346억원으로 예정가격과 비교해도 3배 이상 되는 거액을 현대차그룹이 써낸 것이다. 한전부지 면적이 7만9천342㎡인 점을 감안하면 3.3㎡당 4억3천879만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경쟁사 삼성도 적잖게 놀라움을 표했다. 삼성의 한 직원은 “처음 TV로 소식을 접했 때 낙찰 가격이 맞는지 눈을 의심했다” 고 말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전부지 개발의 수익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에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된 터여서 현대차그룹의 이러한 베팅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전부지의 최대 수익이 8조원 내외에 그쳐 2조원의 손실이 생길 수 있다며 낙찰자가 도리어 무리한 입찰 금액에 발목이 잡혀 어려움을 겪게 되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

또 한전부지 인수가 재계 1, 2위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간 자존심 싸움으로 비화하면서 결국 한전의 배만 불려준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 전문위원은 “입찰가를 4조1천억원 가량으로 예상했는데 예상보다 너무 높아 업계에서 다들 깜짝 놀라는 분위기”이라며 "초고층 건물을 지어놓고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되지 않을지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박 전문위원은 “투자보다는 실수요 개념으로 접근하다 보니 시장논리에는 맞지 않는 거액의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팀장도 "상상을 초월한 금액"이라며 "현대차가 아무리 자동차에 특화된 랜드마크를 구축한다고 하더라도 이 금액은 지나치게 높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도 우려의 시선이 많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과연 10조5천억원을 들여서 인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인수를 위한 과열경쟁으로 너무 높은 금액을 소진해 현대차의 경쟁력이 약해질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대차[005380]는 한전부지에 수익성 부동산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30여 개 그룹사가 입주해 영구적으로 사용할 통합사옥을 지을 예정이기 때문에 결코 높은 금액이 아니라고 밝혔다.

현대차측은 “통합 사옥건립이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글로벌 경영계획, 미래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부지 매입 비용을 뺀 나머지 건립비용 등은 30여 개 입주 예정 계열사가 8년 동안 순차적으로 분산 투자할 예정이어서 각 사별로 부담도 크지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지난 10년간 강남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은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등 외부 변수에도 연평균 9%에 달했기 때문에 10∼20년 뒤를 감안할때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차 측은 "지금까지 그룹 통합 사옥이 없어서 계열사들이 부담하는 임대료가 연간 2천400억원을 웃돌고 있다"며 "통합 사옥이 건립되면 연리 3%를 적용했을때 약 8조원의 재산가치가 발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