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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번호에 신분증번호… ‘이중 번호’ 체계 검토

주민번호 대량 유출로 인한 피해를 막으려고 정부가 새 주민번호뿐만 아니라 '신분증 발행번호'를 추가로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그러나 막대한 사회·경제적 비용 탓에 새 주민번호 체계를 도입할지는 여전히 미정인 상태다.  

안전행정부는 한국지방행정연구원과 공동으로 29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 의원회의실에서 주민등록번호 개선 방안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는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새 주민번호 체계의 구성과 번호의 규칙성 여부에 따라 ▲ 규칙성 신규 주민번호 ▲ 무작위 신규 주민번호 ▲ 현 주민번호 + 무작위 발행번호 ▲ 신규 주민번호 + 무작위 발행번호 ▲ 규칙성 발행번호 ▲ 무작위 발행번호 등 6가지 방안이 제시된다.  

'규칙성 신규 주민번호'는 현행 주민번호처럼 생년월일 등 규칙을 담은 새 주민번호를 전 국민에게 부여하는 방안이다.  

이미 주민번호가 유출된 국민의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해킹 등으로 신규 번호가 또다시 유출된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이고도 같은 상황이 되풀이된다는 단점이 있다. 규칙성 번호를 이용하면 번호 자체만으로 개인정보가 드러나는 것도 문제점이다.  

아무런 정보를 담지 않은 무작위 주민번호는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지만 신분증만으로 미성년 여부를 구분할 수 없어서 신분증에 별도의 생년월일 표기를 하지 않는 한 일상생활에서 불편이 초래된다.  

기존의 주민번호는 완전히 폐기하거나 주민등록 행정에만 이용하고, 일상생활의 본인 확인 용도는 신분증 발행번호로 대체하는 방식도 대안에 포함됐다.

신분증 발행번호가 유출되면 언제든 재발급하면 되므로 유출에 따른 추가 피해를 쉽게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신분증을 재발급할 때마다 번호가 달라지므로 일상에서 신분 확인에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

더욱 안전한 방법은 주민번호와 발행번호를 모두 활용, 이중 번호 체계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 주민번호를 유지하되 신분증에는 발행번호만 기재하거나 아예 새 주민번호와 발행번호를 부여할 수도 있다.  

이중 번호가 도입되면 일상에서 개인은 발행번호를 활용하고, 금융기관이나 의료기관 등 본인 확인을 하려는 기관이 발행번호를 안행부 등에 조회해 본인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일상에서 주민번호가 사용되지 않기 때문에 유출 우려가 거의 없고, 발행번호가 유출되면 새로 발급받으면 되므로 피해도 줄일 수 있다.

따라서 새 주민번호에 신분증 발행번호를 결합한 방안이 정보보호와 피해 예방 면에서 가장 우수하지만 비용이 가장 많이 들고, 무작위 발행번호로는 나이를 확인하기 어려워 일상에서 불편이 우려된다.  

안행부는 주민번호 개편에 막대한 비용과 불편이 초래될 것으로 예상만 할 뿐 아직 대략적 비용 추계조차 하지 못했다.  

현재와 같은 주민등록증을 새로 발급하는 데에는 약 1천600억원이 들고, 전자증 형태로 하려면 이보다 1천100억원이 더 필요하다.

또 주민등록 행정 시스템 변경에만 3천100억∼4천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금융기관 등 민간에서 내야 할 시스템 변경 비용과 국민 불편을 고려한 실질적인 사회·경제적 비용은 이보다 훨씬 더 클 것으로 안행부는 전망했다.

안행부는 이번 공청회와 여론 수렴 결과를 바탕으로 가장 바람직한 개선 방향을 정하고 추가로 공청회를 열어 주민번호 체계 개편 여부와 개편 방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김기수 안행부 자치제도정책관은 "일각에서는 주민번호 개편에 수조 원, 또는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는 견해도 있다"면서 "2차에 걸쳐 공청회를 열어 새 주민번호 체계 도입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