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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예금 우대금리 무더기 인하…대출 가산금리는 올려

시중은행들이 정기예금의 우대금리를 무더기로 낮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시장금리의 하락분보다 예금금리를 더 낮췄다는 뜻이다. 반면 대출 가산금리를 높여 고객으로부터 더 많은 대출금리를 받아냈다. 은행들은 시장금리에 연동해 예금과 대출 금리를 정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수익 극대화에 집중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 “우대금리 정하는 것은 우리 마음대로"…은행들 무더기로 축소

19 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의 대표 예금상품인 '국민수퍼정기예금'(1년 기준)의 지난해 말 기본금리는 연 2.3%, 여기에 우대금리 0.3%포인트를 더한 최고 금리는 연 2.6%였다. 예금금리는 ‘기본금리+우대금리'로 결정된다.

그런데 이 상품의 현재 기본금리는 연 2.1%, 최고 금리는 연 2.18%로, 그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다.

국민은행이 0.3%포인트였던 우대금리를 0.08%포인트로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고객이 0.3%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객이 느끼는 '체감 금리'는 기본금리보다 훨씬 크게 떨어진 셈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기본금리는 시장금리에 연동되지만, 우대금리는 은행 자체적으로 결정한다"며 "시장 상황의 변화에 따라 우대금리를 축소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도 마찬가지다.

예금 규모가 63조원으로 국내 최대 예금인 신한은행 'S드림정기예금'은 지난해 말 기본금리가 연 2.5%, 최고 금리는 연 2.7%였다.

이 상품의 현재 기본금리는 연 2.1%이며, 최고 금리는 연 2.15%에 불과하다.

은행 측이 우대금리를 기존의 0.2%포인트에서 0.05%포인트로 대폭 축소하면서 이 상품의 최고 금리는 기본 금리보다 더 가파르게 떨어졌다.

외환은행도 대표예금인 ‘yes큰기쁨예금'의 우대금리를 지난해 말 0.24%포인트에서 지금은 0.1%포인트로 줄여 지금은 기본금리와 최고 금리의 차이가 거의 없다.

이 상품의 최고 금리는 지난해 말 연 2.65%에서 지금은 연 2.25%로 떨어졌다.

SC은행의 대표예금 '퍼스트정기예금'의 최고 금리도 같은 기간 연 2.65%에서 현재 연 2.15%로 떨어졌다. 이 과정에서 우대금리 또한 0.2%포인트에서 0.1%포인트로 축소됐다.

이들 은행의 예금 최고금리 하락폭을 보면 ▲국민은행 0.42% ▲신한은행 0.55% ▲외환은행 0.4% ▲SC은행 0.5%포인트 등으로, 은행권 대출 기본금리인 코픽스의 올해 하락폭 0.39%포인트를 훌쩍 넘어선다.

결국 대출금리의 하락폭을 뛰어넘어 예금금리를 낮추기 위해 예금 우대금리를 대폭 축소한 것이다.'

◇ 대출 가산금리는 ‘인상' 러시…"서민금융 말도 꺼내지 말아야"

문제는 은행들이 예금 우대금리를 축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대출 가산금리마저 인상했다는 점이다. 대출금리는 '기본금리+가산금리'로 결정된다.

예금 금리는 시장금리 하락분보다 더 내려가도록 만들면서, 대출금리는 시장금리보다 덜 내려가도록 한 것이다.

우리은행의 신규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의 지난해 말 금리는 최저 연 3.3%였다. 그런데 현재 금리는 연 3.27%로 고작 0.0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 7월 말에는 연 3.57%로 되레 오르기까지 했다.

이유는 이 은행이 올해 4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이 대출의 가산금리를 0.2%포인트씩 올렸기 때문이다.

기본금리인 코픽스는 올해 들어 0.39%포인트 떨어졌지만, 가산금리를 0.4%포인트나 올리니 대출금리가 내려갈 턱이 없다.

농협은행의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신규 코픽스 연동) 금리는 올해 들어 더 상승했다.

지난해 말 대출금리는 최저 연 3.18%였지만, 현재 금리는 연 3.48%로 무려 0.3%포인트나 올라갔다.

지난 2월까지 최대 1.7%포인트의 금리 할인 혜택을 줬는데, 이를 3월부터 1.0%포인트로 대폭 축소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1.25%포인트의 할인 혜택을 준다.

농협은행 측은 "금융당국의 정책에 맞춰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을 펴다 보니 변동금리대출 금리를 고정금리대출보다 높게 가져갈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신한은행의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지난해 말 최저 연 3.2%에서 지금은 연 3.17%로 고작 0.03%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은행 측은 작년 연말 금리 할인 혜택을 많이 줬기 때문이라고 해명했지만, 올해 1월 말 대출금리인 연 3.46%를 적용해도 금리 하락폭은 0.29%포인트에 그친다. 이는 코픽스 하락폭 0.39%포인트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8월까지 은행권 1년 만기 신규 정기예금의 금리 하락폭은 0.38%포인트에 달하는 반면, 같은 기간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금리 하락폭은 0.24%포인트에 불과했다.

결국 수익 극대화를 위한 은행들의 자의적인 금리 조정과 금융당국의 잘못된 고정금리대출 확대 정책 등이 맞물려, 저금리 추세 속에서 금융 소비자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금리 혜택만 앗아간 셈이다.

금융소비자원 조남희 대표는 "은행들은 평소 '시장금리에 연동해 예금과 대출금리를 정한다'고 하는데 예금 우대금리는 마음대로 낮추고 대출 가산금리는 올리면서 어떻게 '시장금리 연동'이라는 말을 쓸 수 있느냐"며 "이런 행태를 이어가면서 서민금융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