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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성장・저물가・엔저 ’신3저시대’ 돌입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재계는 좀처럼 경기회복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의 현실을 ‘신3저 현상’으로 설명한다.

과거 1980년대 한국 경제가 3저 현상(저금리, 저달러, 저유가)에 힘입어 호황을 누린데 반해 최근의 저성장, 저물가, 엔저 등 신3저는 국내 기업 성장성과 수익성의 걸림돌이 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매월 발표하는 전(全) 산업의 다음 달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012년 1월부터 올 10월까지 34개월간 한번도 긍정적 전망이 없었다.  

그럼에도 거시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은 편이다.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5%로 잠재성장률 수치와 동일할 것으로 전망했다. 적정한 경제활력을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경상수지 흑자도 1∼8월 543억 달러에 달해 30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 증가율도 2분기 3.2%에서 3분기 3.9%로 소폭 상승했다. 설비투자 역시 작년 1분기를 바닥으로 2분기 7.7% 늘어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민간소비가 지지부진한 것 외에는 지표상으로 한국 경제가 크게 악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경련은 거시지표와 체감경기의 괴리를 저성장, 저물가, 엔저 등 ‘신3저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하며 국내 기업들의 매출과 영업이익의 하락세 역시 이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한다.

국내외 저성장 기조로 기업 매출확대에 한계가 생겼고 소비위축에 따른 저물가로 수익성도 악화됐을 뿐 아니라 엔화 약세로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시장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 경제의 저성장 기조는 구조적으로 고착화하는 추세다. 우리나라는 지난 10년간 세계경제성장률 평균보다 낮은 2∼3%대 낮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이대로 가다간 15위인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인도네시아에 밀려 16위로 떨어지는 것은 물론 경제 16강 유지도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저물가 추세의 고착화도 우려된다. 저성장 국면의 저물가는 가계의 소비위축과 기업의 이윤감소를 초래한다. 지난해 물가상승률은 1.3%로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물가상승률 0.8%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저 역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주 요인이다. 원·엔 환율은 지난해 10월25일 100엔당 1천93.83원에서 21일 현재 991.53원으로 1년 만에 100원 이상 떨어졌다.

이에 따라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등 우리나라의 주력산업 대부분이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기업들에 치이고 있다.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 악화되다 보니 투자와 고용을 늘리고 근로자들의 임금을 올려줄 요인이 나타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내수소비도 극도로 부진해졌다.  

더욱이 경기와 무관하게 비소비성 지출이 늘면서 지갑을 닫은 가계도 증가했다.

변양규 한경연 거시정책연구실장은 "지난해 대기업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0.3%에 머무는 등 대부분 산업에서 매출액 증가세가 둔화했다"며 "이에 따라 근로자들의 체감경기도 개선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