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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장중 1100원 급등…1년2개월만에 처음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엔화 약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100원을 상향 돌파했다. 지난해 9월 이후 1년 2개월여 만이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엔·달러 환율 상승 여파로 장중 1,102.9원까지 올랐다. 전 거래일 종가보다 11.3원 급등한 것이다.

일본의 소비세율 인상 연기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엔화가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임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이다. 엔·달러 환율은 전날 달러당 116엔선을 돌파하는 등 소비세 인상 연기와 관련해 국회 조기 해산 전망까지 나오면서 강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일본의 소비세 인상 연기는 아베 내각의 강한 경기 부양의지를 보여준다"며 "동시에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 성공에 대한 신뢰감이 약화되면서 엔화 약세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6일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의 '원·엔 동조화' 발언 이후 엔·달러 환율과 뚜렷한 동조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지난 6일 주 차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엔저에 대해 당국차원의 대응방안이 없다”는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지적에 “엔화와 원화가 동조화해서 움직이도록 하고 있다”고 답해 발언 이후 동조화 현상은 더욱 공고화됐다.

전문가들은 엔화 약세 경향과 국내 환율의 동조화 현상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지지선인 달러당 1,100원선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미국이 내년 중반 이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한 반면 일본은행(BOJ)은 확장적 통화정책을 펼치고 있어 엔·달러 환율이 상승세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일본 소비세 인상 연기가 확정되면 일시적인 엔화 강세가 나타날 수 있으나 엔화 약세라는 대세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 4월 소비세를 5%에서 8%로 올렸으며, 내년 10월 8%에서 10%로 올리는 2단계 인상 계획이 예정돼 있다.

손은정 우리선물 연구원은 "원·엔 환율 100엔당 940원선의 지지 속에 원·달러 환율의 상향 가능성은 열어둬야 할 것"이라면서도 "네고 물량이 상승세를 제한해 달러당 1,100원선 안착이 당장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네고(수출업체 달러화 매도) 물량과 외국인 주식 순매수 등이 상승세를 제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