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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삼성과 2조원 ‘빅딜’…방산・화학 1위 ‘도약’

[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한화그룹이 삼성그룹의 석유화학 및 방위산업 계열사를 인수함으로써 자산 규모가 50조원대로 늘어났다. 기존 자산규모 37조원의 한화그룹은 이번에 자산가치가 13조원에 이르는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등 4개사를 한꺼번에 인수하게 됐다.

석유화학과 태양광, 첨단소재 등 핵심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 활발한 사업구조 변경을 추진해온 한화는 삼성의 화학·방산 계열사들을 넘겨받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회를 잡게 됐다. 한화는 인수 규모만 2조원에 달하는 이번 거래를 통해 석유화학 사업에서는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방산사업에서는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룹의 모태이기도 한 방위사업에서 업계 3위인 한화그룹은 매년 경영계획에 방산 1위 도약의 목표를 내걸었을 정도로 방위사업의 역량 확보와 경쟁력 강화에 관심이 컸다.

한화는 방위산업의 미래 환경이 네트워크 중심으로 발전하며 지휘통제, 감시정찰과 함께 유도무기 체계의 핵심 역량을 갖춘 유도무기 사업자가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판단했다.

한화는 이런 유도무기 체계에 있어서 기존 탄두, 구동, 추진체에서 강점을 갖고 있었으나 탐색부(센서) 역량이 부족했다.이런 와중에 김승연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무렵인 올해 4∼5월께 삼성측에 탐색부 부문에 강점을 갖고 있던 삼성테크윈 인수의사를 타진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삼성테크윈이 첨단 무기체계로 떠오른 로봇 개발능력과 함께 지휘통제 및 감시정찰 기능에 핵심적인 영상보안장비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점은 금상첨화였다.

또 한화는 글로벌 입지 구축을 위해 다국적 화학업체의 사업부문 등 인수를 검토해왔던 한화케미칼 등에 방향을 돌려 삼성 석유화학 사업도 함께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타진했다.

한화케미칼 등도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리자 거래 대상은 결국 삼성의 방산·석유화학 계열사 전부로 확대됐다.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의 인수를 통해 기존의 석유화학 사업의 강점을 이어가며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은 이번 인수·합병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 아니라 한화그룹의 역사에서 성장의 모태로 인식돼온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효과를 본 것으로 자평하고 있다.

한화그룹측은 “내년 상반기 안으로 인수 가격을 정산한 후 거래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며 "인수 대금 분납으로 재무적 부담도 줄였다"고 설명했다. 한화그룹은 또 “인수하는 회사의 고용을 그대로 승계하고, 삼성의 문화와 한화그룹의 문화를 융합해 그룹의 미래 사업을 선도하는 새로운 자양분으로 삼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거래는 특히 대기업간의 자율적인 거래로 각 기업이 가지고 있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따랐다는 점에서 재계의 평가는 호의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방위사업의 핵심역량 강화를 위해 한화측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번 딜은 두 그룹 모두 '선택과 집중' 전략에 기반해 중장기 사업구조 재편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진행돼 속도가 빨랐던 편"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를 통해 2013년 기준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원 규모에서 약 2조6000억원으로 증가,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통해 18조원에 달하는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규모를 갖추게 돼 석유화학산업에서도 국내 1위 업체로 올라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