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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하 놓고 KDI·한은 신경전

기준금리가 동결된 11일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금리 인하 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확인하며 신경전을 벌였다.

KDI는 그동안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한국 경제의 해법으로 구조개혁과 함께 금리 인하 주장을 거듭해왔다. 전날에도 KDI는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하면서 내년 하방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회적으로 금리 인하 주장을 펼쳤다.

반면 한국은행은 이날 금리를 동결하면서 정부 및 KDI와 마찬가지로 구조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선 "주장이 과하다"고 일축했다.

◇한국은행 "내년 성장률 전망치 3.5%는 디플레 아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꾸준한 금리 인하 압박에 대해 지난달 18일 "내년에 금리가 오르면 한계가구 중 일부는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를 맞을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며 반박했다.  

그는 이날 금리 동결이 발표된 뒤에도 KDI의 금리 인하 주장에 대해 "KDI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3.5%, 근원물가상승률을 2.0%로 전망했는데, 이를 디플레라고 할 수는 없다"고 못박았다.

또한 "디플레가 우려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장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잘라 말했다.

특히 "물론 저성장·저물가가 고착화되면 디플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방지하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면서도 "이미 두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하고 정부가 다각적 정책을 통해 경기를 살리려고 노력했음에도 실물 경기가 활발히 살아나지 못한 것은 구조적 문제가 워낙 뿌리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경기침체를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했다.

◇KDI "추가 인하 가능…한국은행 인식 경직적"

KDI는 금리 인하를 주장해왔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에 부담을 느낀 듯 더 이상 금리 문제를 언급하지 않자 총대를 멘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KDI는 일본이 1990년대 초반 물가 상승률과 기대 인플레이션 하락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해 결국 디플레이션에 빠진 사례를 근거로 들었다.

KDI는 앞서 지난달 25일 열린 KDI 주최 출입기자단 정책세미나에서도 일본 사례를 들면서 "물가안정 목표(2.5∼3.5%)를 준수하기 위한 통화당국의 적극적인 의지 표명과 대응이 필요하다"고 권고하면서 "현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로 낮출 여지가 있고, 좀 더 낮춰야 한다"고 금리 인하 필요성을 역설했다.

지난 10월 열린 '경기 활성화 및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경제정책 방향'이란 주제의 정책세미나에서도 이를 재확인했다.  

이 같은 압박에도 금리를 동결하자 금리 동결과 이 총재의 발언에 대해 KDI 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KDI 관계자는 "통화당국이 구조개혁을 이야기하는 것은 책임을 다른 곳으로 전가하는 것"이라며 "구조개혁은 저물가 대책이 아닌 저성장 대책"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내년에 당장 디플레이션이 온다는 건 아니다. 방향이 그렇다는 것으로 디플레이션 상황이 된 뒤 돌이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며 "한국은행의 인식이 경직적"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다만 구조개혁과 함께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금융당국의 미시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선 한국은행과 KDI가 입장을 함께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의 노력만으로는 되지 않고 금융감독 당국과의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KDI도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가계대출을 억제하기 위해 총부채상황비율(DTI)을 다시 손 볼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