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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니영화사 경영진, 이메일로 졸리・오바마 조롱

[재경일보 김진규 기자] = 해킹으로 미개봉 영화, 사내 기밀 등이 공개된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소니)가 이번에는 유명인를 헐뜯는 경영진 이메일이 유출돼 곤란을 겪고 있다고 인터넷 매체 버즈피드 등이 11일(현지시간) 전했다.

소니 측 에이미 파스칼 공동회장과 제작자 스콧 루딘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인종 문제를 거론하면서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둘은 오바마 대통령과의 조찬 회동을 앞두고 오바마 대통령이 좋아할 만한 영화 유형이 무엇인지를 놓고 토론을 벌이면서 흑인을 주제로 한 영화나 흑인 스타 등을 거론했다.

파스칼 공동회장이 “이 빌어먹을(stupid) 선거자금 모금 조찬 때 뭘 물어봐야 하나. 장고를 좋아하냐고 물어볼까” 라고 썼다. 흑인 노예의 보복을 그린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장고 : 분노의 추적자'를 일컫는 것이다.

이에 루딘은 미국의 노예 제도를 주제로 한 스티브 맥퀸 감독의 '노예 12년'을 가리키며 "12년"이라고 맞장구쳤다. 

이에 파스칼은 34년간 백악관에서 무려 8명의 대통령을 모신 흑인 집사 세실 게인즈의 실화를 내용으로 한 ‘버틀러’, 흑인들의 총각·처녀 파티를 코믹하게 다룬 ‘싱크 라이크 어 맨 투’ 등도 제시했다.

파스칼은 이날 이런 사실이 미국 언론에 보도되자 부적절한 이메일을 주고받은 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는 성명에서 "내가 스콧에게 보낸 이메일 내용은 둔감하고 부적절했다" 며 "사적인 대화이기는 하지만, 내가 쓴 것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을 지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사과한다"고 밝혔다. 루딘도 이메일을 급하게 농담삼아 쓴 것이라고 해명하고 사과했다.

파스칼과 루딘은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에 대해서도 ‘실력도 없는 싸가지’ ‘얼굴 마담’이라고 언급하는 등 할리우드 스타와 제작자 등을 험담하는 이메일을 교환하기도 했다.

올 2월 소니가 애플 전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의 전기영화 제작을 준비할 당시 소니는 감독으로 데이비드 핀처를 낙점했다. 그러나 여배우 안젤리나 졸리가 “핀처 감독은 자신의 은퇴작인 소니의 다른 영화 ‘클레오파트라’의 감독이 돼야 한다” 고 요구하면서 문제가 생겼다.

루딘은 파스칼에게 이메일을 보내 "안젤리나를 입 다물게 하는 게 좋을 것"이라며 졸리를 "실력도 없는 싸가지", "얼굴마담(camp event)"이라고 비난했다. 그러자 파스칼도 욕설과 함께 "날 위협하지 마라"며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