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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발 훈풍 vs 러시아발 삭풍

코스피 1,900선 방어가 위태로운 가운데 미국에서 훈풍이 불어왔다.

밤사이 나온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회의 결과는 비둘기 쪽이었다.

포워드 가이던스(선제 안내)에 '상당기간 초저금리 유지'라는 문구를 빼는 대신 금리 인상에 '인내심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넣은 것이다. 연준은 이런 방향이 상당기간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던 종전 성명과 같은 내용이라고 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정상화 절차(금리 인상)가 앞으로 두 차례(내년 1, 3월) 정도 회의에서는 시작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혀, 빨라도 내년 4월 이후에나 인상 논의가 시작될 것임을 시사했다.

뉴욕증시는 환호했다. 지난 3일간의 약세를 끝내고 3대지수가 일제히 뛰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69%,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지수는 2.04%, 나스닥 종합지수는 2.12% 올랐다. 다우존스와 S&P500 지수의 이날 상승폭은 올해 들어 가장 컸다.

유가 하락세가 주춤한 것도 시장에는 보탬이 됐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54센트(1.0%) 오른 배럴당 56.47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 선물시장에서 브렌트유는 60달러선을 회복했다. 덕분에 유럽 주요 증시도 소폭이나마 반등했다.

18일 국내 주식시장도 이런 대외환경에 힘입어 반등할지 주목된다.

그러나 미국발 훈풍이 기존 러시아발 삭풍과 충돌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분위기 반전을 기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많다.

실제 러시아에선 루블화 가치 폭락에 대응해 잇따라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불안감은 여전하다. 통화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내구재와 생필품을 사들이고 달러화나 유로화로 바꾸려는 행렬이 이어질 정도라고 한다.

임노중 아이엠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시장이 반등했지만 러시아를 포함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은 여전하다"며 "의미 있는 반등을 위해선 외국인이 방향을 바꿔야 하지만 당장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인은 전날까지 6일 연속 순매도하며 코스피를 누르고 있다.

여기에 이날 주식시장에는 무시하지 못할 국내 변수까지 가세하며 복잡한 국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 지난주 일반청약에서 30조원이 넘는 청약증거금을 빨아들인 제일모직의 증시 데뷔가 그것이다.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데다 사주 일가의 지분이 42%에 달하는 기업이므로 시장의 관심은 뜨겁다.

문제는 펀드들이 제일모직을 담고자 다른 종목을 팔아치울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삼성에스디에스[018260]가 상장된 지난달 14일 코스피는 0.78% 하락했다.

공모가(5만3천원) 기준 시가총액은 7조2천억원이지만 이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00%까지 형성될 수 있고 여기에 15%의 변동폭이 더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날 시가총액이 10조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