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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은행지점 대량 감원…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전망

[재경일보 박성규 기자] = 올해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줄어들었던 은행 지점이 새해 초부터 더 감소할 전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에서 내년 초부터 점포 통폐합 작업이 다시 전개된다.

국민은행은 내년 1월 14개 지점과 3개 출장소, 1개 프라이빗뱅킹(PB)센터 등 모두 18개의 영업점을 통폐합할 방침이다. 명동, 목동, 서소문, 청량리 등 서울 전역에 걸쳐 8개 영업점을 폐쇄하며, 부천, 일산 등 수도권에서도 4개 점을 없앤다.  

지난해 42개 영업점을 폐쇄한 데 이어 이번 통폐합까지 마무리하면 국민은행 영업점은 1,142개로 줄어든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채산성이 떨어지고 성장성이 부족한 지점을 중심으로 통폐합을 단행할 계획"이라며 "다만, 직장인 야간점포, 산업공단 밀착형 점포 등 고객의 수요에 맞는 특화점포는 늘릴 방침"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점포 확장에 나섰던 농협은행도 내년 초부터 점포 통폐합 작업에 들어간다.

수도권과 지방 점포 중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영업점 34곳을 내년 초 폐쇄할 방침이다. 기업도시, 혁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신설하는 19개 점포를 감안해도 총 영업점 수는 1182곳으로 올해보다 15곳 줄어들게 된다.

신한은행은 남대문, 목동, 역삼동, 무교동, 파주 등 서울과 수도권에 걸쳐 총 6개 지점을 통폐합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포 수를 40개 가량 줄인 신한은행은 내년에 영업점이 추가로 줄어들게 된다.

신한은행은 “고객의 편의를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인근 중복 점포를 통폐합해 영업 채널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함” 이라고 설명했다.

은행 영업점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상황에서 지점 통폐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은행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지점이 줄어드는 추세에 맞춰 인력도 감축해야 하는데 이를 단행하지 못하면서 인력 정체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민은행의 한 간부는 "동기 중에서 지점장으로 나가는 비율이 20%에도 못 미칠 정도로 인력 정체가 심각하다"며 "은행 내 할 일이 마땅치 않은 50대 인력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시중은행들은 선뜻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점포 당 평균 인력을 12명 가량으로 잡는다면 최근 1년 새 사라진 270개의 점포로 인해 3200명이 넘는 인력이 은행권에서 불필요해졌다는 얘기가 된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을 국정 운영의 제1과제로 내세우는 정부 정책에 맞서기가 쉽지 않은데다, 정년 연장을 법으로 강제할 정도로 노령층 일자리에 신경쓰는 사회 분위기상 대규모 명예퇴직 등을 단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판단이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권마저 나서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일자리의 보루가 무너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선뜻 나서 인력 구조조정을 할 은행은 아마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결국 대규모 명예퇴직 등을 단행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은행 간부는 "증권사, 보험사들은 앞다퉈 인력 구조조정을 하는데 은행들만 언제까지 문제가 없는 척 하고 있을 수는 없을 것"이라며 "저금리 등으로 은행의 수익성이 갈수록 나빠진다면 결국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