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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고졸 채용 늘기는 커녕 줄다니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이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줄어들 예정이라고 한다. 고졸 채용 바람이 불던 지난 정부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일 정도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내년 302개 공공기관 전체 신입사원 채용 규모는 1만7천187명으로, 올해의 1만6천701명보다 2.9% 늘어난다. 공공기관의 신입 채용은 2011년만 해도 1만명에 못 미쳤지만 매년 늘어나면서 1만7천명 수준까지 됐다. 심각한 청년 취업난을 생각하면 공공기관이 이같이 신입사원 채용을 늘리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고졸 채용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내년 공공기관의 고졸자 채용규모는 134개 기관 1천722명으로 올해의 1천933명보다 10.9% 줄어든다. 고졸 채용이 올해도 지난해의 2천112명보다 8.5% 줄어든 것까지 따지면 2년 연속 감소세다. 이명박 정부 시절 정책적 독려로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이 2010년 470명에서 2011년 684명, 2012년 2천42명, 2013년 2천122명으로 급증한 것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정권이 바뀌고 나니 달라졌다고 밖에 볼 도리가 없다.'

고졸 채용 확대는 학력에 따른 차별과 학벌 지상주의를 타파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공공기관 채용의 20% 이상을 고졸자로 뽑고 비중을 차차 늘려 2016년까지 40%를 채우겠다고 했다. 정부가 고졸 채용 독려에 나서면서 기업과 금융권에도 고졸 채용 붐이 일 정도였다. 고졸 채용을 얼마나 늘렸는지가 언론의 주목을 받는 뉴스가 되기도 했다. 현 정부도 고졸  채용 확대 정책을 여전히 챙기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달에도 고졸자가 공무원으로 채용되거나 공공기관·공기업에 들어갈 수 있는 직무와 직렬을 확대하는 내용의 고졸취업 활성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공공기관의 고졸 채용이 2년 연속 줄어드는 것에서 보이듯이 전 정부와 비교할 때 그 분위기는 확 바뀌었다. 고졸 채용에 발벗고 나섰던 주요 은행도 지난해에 채용 인원을 전년보다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책의 중점이 시간제 일자리 확대 등으로 옮겨갔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전 정부 시절의 고졸 채용 확대는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정부의 독려에 따른 비자발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당시에도 나왔다. 그럼에도 붐이 일 정도로 고졸 채용이 확산할 수 있었던 것은 학력이나 스펙이 아니라 실력으로 인정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바른 방향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에만 매달리는 비정상적인 교육열과 학력 인플레이션 현상으로 인한 부작용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었다. 방향이 바른 것이라면 전 정부의 정책이라도 중점을 둬서 일관성 있게 이어가는 것이 맞다. 고졸 채용에 열을 올렸던 기업이 나 금융권도 마찬가지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고졸 취업자들이 조직에서 능력을 발휘하고 실력으로 평가받아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고졸 채용 확대가 제자리를 잡을 수 있게 정부가 의지를 갖고 꼼꼼하게 계속 챙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