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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 3명 목숨 앗아간 질소…왜 위험할까

26일 울산 신고리원전 3호기 건설현장에서 근로자 3명의 목숨을 앗아간 원인으로 지목된 '질소가스'는 어떤 물질일까.

질소(N)는 그 자체로는 독성을 지닌 물질은 아니며, 오히려 공기의 78%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물질이다.

질산이나 암모니아 등의 질소화합물을 구성하는 물질이어서 산업 현장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다만 독일에서는 연소를 돕지 않는 이 물질을 ‘질식시키는 물질'이라 불렀고, 이 표현이 우리가 현재 사용하는 한자어(질소·窒素)에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될 만큼 특유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산업현장에서는 빈번히 질소로 말미암은 질식사고가 발생한다.

이런 유형의 질식사고는 이번에 사고가 난 밸브룸이나 화학물질을 취급하는 대형 탱크 등에서 주로 일어난다.

밀폐된 공간에 질소 유입이나 누출로 농도가 높아지면, 그만큼 산소 농도가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보통 공기의 21%가량이 산소인데, 그 농도가 16% 아래로 떨어지면 사람이 질식할 수 있다.

문제는 질소 농도가 짙어져도 유독가스처럼 사람이 즉시 반응을 보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집중력 저하, 호흡수 증가, 근육 기능 저하 등 신체기능에 이상이 오지만, 이를 알아채기 어려울 정도로 증상이 서서히 진행하는 것이다.

실제로 소방당국이 이번 사고 직후 측정한 밸브룸의 산소 농도는 14% 수준이었다.

당시 밸브룸에서 근로자 2명이 먼저 쓰러졌고, 이들을 찾으러 온 1명이 구조 과정에서 역시 질식한 것으로 추정된다.

울산 온산소방서의 한 관계자는 "통상 산업현장의 밀폐된 공간에 들어갈 때는 산소 농도를 측정하고, 작업 중간에도 환기와 산소농도 측정을 자주 해야 한다"고 밝혔다.

26일 오후 4시 30분께 울산시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원 전 3호기 건설 현장의 밸브룸에서 질소가스가 누출돼 대길건설 안전관리 직원 손모(41)와 김모(35)씨, 안전관리 용역업체 KTS쏠루션 직원 홍모(50)씨 등 3명이 쓰러져 있는 것을 다른 직원이 발견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졌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사고 현장에 대한 정밀 감식에 들어갔으며, 27일 다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벌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