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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ām(평화)로 인사하는 종교, 총부리를 겨누는 이유는?

 

 

[재경일보 방성식 기자] 

지난 25일 (현지시간) 이슬람 원리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는 자체운영하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납치한 일본인 인질 2명 중 한 명인 하루나(湯川遙菜·42)씨를 살해했다고 밝혔다. 프랑의 주간지인 샤를리엡도에 대한 IS의 테러가 발생한지 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고, 세계 각국이 IS의 비인도적 행위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는 가운데 또다시 발생한 인명피해란 점에서 많은 사람이 충격을 받았다. 한국처럼 이슬람 문화와 큰 접점이 없는 일본인이 피해자란 점에서 2004년의 '김선일 참수사건'을 떠올리는 국민들도 많았다.

이 사건은 이슬람교와 대척점을 이루지 않는 문화를 가진 동아시아인들도 '지하드'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시사점을 남겼다. IS가 카톨릭과 개신교도의 비중이 큰 미국과 유럽을 적으로 돌릴 뿐 아니라 이슬람이 아닌 종교가 존재하는 모든 지역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극단주의 이슬람주의자는 종교가 국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 한국과 일본마저도 미국의 우방 국가라는 이유를 들어 공격의 대상으로 보기도 한다. 지난해 12월엔 호주에서 이슬람 극단주의 추종자가 카페에서 한국인을 인질로 삼아 인질극을 벌이는 일이 있었으며, 지난 15일엔 시리아 국경 근처에서 한국인이 실종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평범한 한국인이 보기에 이들의 극단적인 행동은 이해하기 힘들다. 인간에게 도덕률을 주고 삶에 대한 희망을 줘야 할 종교가 테러조직의 이념으로 기능한다는 점이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만큼 우리가 이슬람교에 대해 가진 정보도 부족하다.

이슬람교는 생활과 전통에 밀접한 교리가 다수 포함되어 민족종교적 성격이 짙다. 특히 '샤리아'는 법률로서 이슬람법계를 이루어 음식과 복식, 금전매매와 형벌, 사회적 규칙 등 규정으로 기능해 현대까지 이슬람교의 신자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규정들이 모두 현대사회의 기준으로 반사회적인 것은 아니며, 무조건적으로 타 종교에 대한 배척을 조장하지도 않는다. 이 때문에 같은 이슬람교도임에도 IS의 행위를 비난하는 온건파 신도들은 "알카에다나 IS 같은 극단적인 무력집단으로 인해 이슬람교 전체에 테러의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

IS가 벌이고 있는 '지하드(성전)'은 종교적 의미의 전쟁이다. 그들은 피해자인 민간이들이 이교도로서 납부해야 하는 세금인 '지즈야(인두세)'를 내지 않기 때문에 저항의 의미로 무력을 행사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고 경전인 꾸란과 규정인 샤리아를 아무리 뒤져봐도 IS와 같은 이유로 인명을 살상해야 한다는 근거는 찾을 수가 없다. 단지 쿠란에 '하나님의 사업을 위해 그들의 재산과 생명으로 성전하는 자들이 바로 믿는 신앙인들(49:15)'이란 구절이 있을 뿐이다.

이처럼 해석의 차이가 생긴 것은 규율인 '샤리아'의 맹점 때문이다. 샤리아는 모든 행위를 5분법(五分法)의 기준으로 분류한다. 그 중 의무적인 행위, 금지된 행위 등 명확하게 통제하는 행위도 있지만, 대부분은 '권장되는 행위', '시비를 문책하는 행위', '금지할 수 없는 행위' 등의 모호한 항목에 묶여있다. 규정이 느슨한 특성상 개인, 혹은 지도자의 판단에 따라 윤리적인 허용범위의 차이가 생기고 극단적인 경우 IS와 같이 규정을 근거로 들어 테러를 할 수 있는 빌미가 생길 수 있다.

미 외교부는 IS의 내부상황에 대해 "윤리규범이 부족한데다 지하디스트로 성전에서 죽으면 사후에 수십 명의 처녀와 가정을 이룰 수 있다는 등의 종교적 희생 주의가 팽배한 것이 큰 문제"라며 "전통적 이슬람주의를 주장하는 IS의 내부는 오히려 살인과 강탈, 성폭행 이 무분별하게 발생해 사실상 사상적 아노미 상태에 가깝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