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원이 열어주는 세계의 역사<19> -중국 대련 식물원

재경일보 나무신문 기자 (imwood@imwood.co.kr) 나무신문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기사입력 2010.11.30 14:50:49

권주혁 이건산업 고문·강원대 산림환경과학대학 초빙교수

대련 식물원 전경.
▲ 대련 식물원 전경.

중국 요녕성(遼寧省)의 요동(遼東)반도 끝부분에 있는 대련(大連)은 인구 300만 명이 넘는 공업, 항만 도시이다. 중국인들은 요녕을 랴오닝, 요동을 랴오둥, 대련을 다롄이라고 발음하나 여기서는 전통적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우리식 발음으로 표기한다.

대련은 100여년 전에는 조그만 어촌이었다. 그러나 1898년, 요동반도 남부의 조차권(租借權)과 철도 부설권을 확보한 러시아는 이 지역이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이고 수심이 깊어 대형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것을 알고서 곧 대규모 항구를 만들었다. 즉, 러시아는 동북진출을 위해 대련을 중요한 거점으로 만든 것이다.

이어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러시아와 일본의 전쟁이 1904년에 시작되었다. 제물포 항구(인천)의 팔미도와 인천부두 사이에서 벌어진 첫 전투(해전)는 곧 만주지역까지 확전되었다. 특히, 러일 전쟁의 지상전투 가운데 가장 치열한 공방전을 벌였던 203고지는 대련에서 서남쪽 50km에 있는 여순(旅順;중국발음은 뤼순)에 있다.

이 전투에서의 승리는 러일 전쟁중 일본 육군의 상징적인 승리였고 이 전투에서 승리한 일본 육군과 해군은 러시아 해군의 군항이던 여순항구를 점령하였다(여순항은 오늘날 중국해군의 중요한 군항이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은 요동반도를 러시아로부터 인양 받아, 대련지역을 인근에 있는 대련만(大連灣)의 이름을 따라 대련이라고 이름지었다. 오늘날도 대련항구의 부두는 대련시내의 북쪽인 대련만에 면하여 있고 대련만의 건너편에는 신항(新港)이 건설되어있다.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대련을 중국 진출의 거점으로 여겨서 남만주 철도회사의 본사를 대련의 두고서 중국 동북(東北)지역 통치의 중심지로 삼았다. 1907년 일본은 이곳에 세관을 설치하여 상해(上海;상하이)에 이어서 많은 물동량을 취급하는 거대한 항구로 만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대련은 중국에 반환되었고 1950년에는 여대(旅大)로 이름이 변경되었으나 1981년에 다시 대련으로 바뀌었고, 오늘날 중국의 5대 대외무역 항구도시 가운데 하나로서 발전하고 있다.

혹시 대련과 여순을 방문하고자하는 독자를 위해서 한 줄 쓴다. 대련에서 여순까지는 자동차로 1시간 정도 걸리며 요동반도의 북부해안(발해만)과 남부해안(서해)을 따라서 도로가 있으므로 오고 갈 때 각각 다른 도로를 이용하면 더욱 여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순은 요동반도 가장 끝 부분에 있는 항구도시로서 이곳에서 안중근 의사가 수감되어 있던 감옥도 볼 수 있다.

인천공항에서 대련의 주수자(周水子) 국제공항까지는 한 시간의 비행이다. 밤늦게 주수자 공항에 도착한 필자는 공항 근처에 있는 호텔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대련 식물원을 방문하였다. 공항은 시내에서 서북쪽에 있으며, 식물원은 시내 중심에서 동쪽에 위치하고 있다. 식물원의 주소는 망해가(望海街) 39호이며 38광장 남쪽에 있다.

일본 통치시대인 1920년에 ‘남산려(南山麗)공원’으로 시작된 이 식물원은 중국에 반환된 이후 1950년에 ‘남산공원’, 1966년 9월 5일에는 ‘노신(魯迅)공원’으로 이름이 바뀐적도 있으나 1980년 7월 21일에 ‘대련시(大連市) 식물원’이라는 오늘날의 이름을 갖게 되었다. 면적 3.2ha(약1만평)에 달하는 이 식물원의 한 가운데에는 0.7ha(약2,300평) 크기의 호수도 있다. 영송지(映松池) 또는 남대만(南大灣)이라고 부르는 이 호수 주변은 경관이 뛰어나고 호수를 내려다보는 낮은 언덕 위에는 중국식 정자도 서있다.

식물원 입구(여러곳이 있다)에 들어가니 많은 시민들이 나무 그늘 밑에 앉아 쉬면서 가족, 친구끼리 이야기를 하거나 배드민턴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한 곳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으므로 필자도 호기심이 들어서, 그곳에 가보니 남녀 직업 패션 모델들이 이곳의 아름다운 푸른 숲과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뜻밖의 이벤트에, 필자도 구경꾼 가운데 섞여서 잠시 구경을 하였다. 대련에서는 매년 8월에 패션축제가 열린다. 필자가 이곳을 방문한 때는 8월이었으므로 패션축제에 참석하였던 모델들이 이곳에 온 것으로 짐작되었다. 이 패션축제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대련 여성들의 옷차림은 일반 중국여성들보다 세련되어 있다(필자 개인의 느낌이다).

넓은 식물원 안에는 수많은 온대지역 활엽수와 침엽수 수종의 수목과 각양각색의 화초가 식재되어 훌륭한 식물원 환경을 갖고 있다. 어떤 수목은 열대의 홍수림(紅樹林)지역에서 볼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수종도 보인다. 그러나 이들 수목이나 화초 어느 것에도 일반명(一般名)과 학명(學名)이 적혀있지 않다.

식물원이란 곳은 각종 식물을 모아놓고 보존, 관리하면서 이들의 성장, 생태, 환경, 육종 등을 연구, 조사하는 곳이다. 그러한 목적을 위해서는 우선 식물원 안에 어떠한 종류의 식물이 있는가를 정확히 알고 각 식물마다 일반명과 학명을 붙여 놓아야한다. 그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련 식물원은 학문을 위한 식물원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일상의 일과로 피곤한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공원이라고 하는 편이 더 적당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식물원을 떠나면서 이점이 무척 아쉽게 생각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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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혁. 서울대 농대 임산가공학과를 졸업했다. 1978년 이건산업에 입사해 이건산업(솔로몬사업부문) 사장을 역임했다. 파푸아뉴기니 열대 산림대학을 수료했으며, 대규모 조림에 대한 공로로 솔로몬군도 십자훈장을 수훈했다. 저서로는 <권주혁의 실용 수입목재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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