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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 "대규모유통업법은 과잉규제" 반발

[재경일보 김유진 기자] 유통업계가 대형 유통업체의 부당한 납품대금 감액 및 반품을 금지하고 납품과정에서의 불공정거래 행위를 법으로 규제하는 과정에서 위법 여부 입증책임을 유통업체에게 지우려는 국회에 대해 "기업을 잠재적 범법자로 보는 과잉규제"라며 집단적으로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백화점협회와 한국온라인쇼핑협회, 한국체인스토어협회, 한국편의점협회, 한국TV홈쇼핑협회 등 유통업계 5개 단체는 24일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제정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다고 25일 밝혔다.

이 법안이 지난달 7일 정무위원회를 통과, 법사위로 넘겨진 데 따른 것이다.

이사철(한나라당) 의원과 박선숙(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두 법안을 통합한 이 법안에는 대규모 유통업체가 정당한 이유 없이 납품업체에 상품대금 감액, 상품 수령거부·지체, 상품 반품, 판촉비 전가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특히 이 법안은 거래행위의 정당성을 입증할 책임을 대부분 공정거래위원회가 아닌 유통업체에 뒀다.

대규모유통업법은 납품거래에 관한 불공정행위를 유형별로 구체화하고 대규모유통업자와 납품업자의 분쟁 등의 문제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하도록 해 납품·입점업체에 대한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의 횡포를 막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5개 단체는 청원서에서 "이는 마치 일반 시민에게 절도범 누명을 씌운 다음, 누명을 벗으려면 시민이 스스로 무죄를 입증하라는 것과 같다"며 "어느 행정기관이나 법률도 업계 전체에 이와 같이 입증을 명하는 경우는 없다"고 반박했다.

이들 단체는 또 법안이 모든 계약에 대해 형식적인 계약서를 작성해 5년간 보관하도록 하는 등 거래를 규범적으로 묶어둔다고 지적하면서 "끊임없이 변하는 유통 트렌드에 대한 대응이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현재 상태로도 공정위는 관련업체의 거래서류, 전산시스템 등을 마음껏 조사할 수 있는데 (법이 제정되면) 행정편의적 입법으로 과잉규제가 남발될 수 있다"며 "이 법안의 혜택을 보는 것은 국민이 아니라 공정위가 아닌지 냉정하게 검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화점협회 관계자는 "유통업체도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이 있지만, 이 법안은 현실과 지나치게 동떨어져 5개 단체가 연합해 청원하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