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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하지 않은걸 잘못했다고 적어내라니…" 계룡대 병사 허위진술서 강요

대한민국 육해공 3군 통합본부인 계룡대 모 대대 간부들이 한 병사에게 저지르지도 않은 비위로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 징계위원회에 넘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특히 이 간부들은 해당 병사의 동료 병사들에게까지 허위 진술서를 쓰도록 강요하고, 진술하지도 않은 내용이 담긴 진술서에 서명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16일 해당 대대에 따르면 계룡대 근무지원단의 한 대대는 이날 행정병 A병장에 대한 징계위원회를 개최한다.

다음 달 9일 제대 예정인 A병장이 징계위에 회부된 사유는 ▲ 근무시간 중 개인적으로 컴퓨터를 사용해 외부망에 접속 ▲ 근무 태만으로 발생한 영내 서버실 온도 통제 냉방기 고장 등이다.

해당 대대는 A병장 본인의 진술서와 A병장과 같이 생활하는 동료 병사들의 진술서를 근거로 A병장을 징계위에 넘겼다.

하지만 이러한 진술서들이 해당 대대 간부들의 강요와 욕설을 통해 허위로 작성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병장이 작년 근무 중 인터넷에 접속했던 것은 업무와 관련한 것으로, 병사들은 근무 중 간부의 지시에 따라 인터넷 정보 수집용 컴퓨터로 정보를 수집해 문제가 없는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또 냉방기 고장은 작년 7월 발생한 사건으로, A병장은 근무 당시 순찰을 통해 서버실 온도가 이상한 사실을 확인, 매뉴얼에 따라 시스템 운용관에게 보고하고 30분 만에 정상화돼 이 역시 문제로 삼을 만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A병장은 이러한 일들이 발생한 지 한참이 지난 지난달 10일 "이 XX 네 잘못 알지. 네가 지금까지 했던 잘못에 대해 전부 진술서를 작성하라"는 부대 간

A병장은 이에 대해 "잘못한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지만 B소대장 등 간부들은 "네가 잘못했다고 진술해야 끝난다"는 등 욕설을 하며 진술서를 쓰라고 강요했다.

A병장은 이렇게 모두 세 차례에 걸쳐 욕설과 고함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공포에 질려 허위로 진술서를 썼다.

이러한 강요는 A병장뿐 아니라 A병장과 같이 생활하는 동료 병사들에게까지 이어졌다고 A병장은 주장했다.

지난달 하순, A병장과 같은 생활관에서 생활하던 전체 병사들은 B소대장의 요구로 A병장의 잘못에 대한 진술서를 작성해야 했다.

영문을 몰랐던 동료들은 쓸 내용이 없어 "무엇을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다", "징계하려는 사유가 왜 병사 책임이고 징계감인지 모르겠다"는 등의 진술서를 썼다.

하지만 B소대장은 "A병장이 잘못했다고 적어라. 마지막으로 주는 기회니 적지 않으면 각오하라"고 강요했고, A병장도 동료들에게 "너희에게 미안하니 그냥 시키는 대로 적으라"고 해 진술서를 재작성하게 됐다.

이후 지난 10일 진술서 내용을 확인하고 서명을 하라며 행정반에 불려간 동료 병사들은 또 다른 강요를 받았다.

애초 "징계에 참고용으로만 사용하겠다"는 진술서는 동료 병사들의 신고를 시작으로 징계 절차가 착수됐다는 취지로 바뀌어 있었고, 어조도 좀 더 강하게 변질돼 있었다는 것.

A 병장의 부모는 "한국 군대의 심장인 계룡대에서 아직도 이런 만행이 간부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니 화가 나고 기가 막힌다"면서 "고통스러운 이야기를 하면서 기죽고 공포감에 질려 있는 아이를 보니 할 말이 없다"고 치를 떨었다.

이런 주장에 대해 해당 부대 징계위 관계자는 "허위로 진술서를 쓰도록 했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들어본 바가 없다"면서 "강요에 의해 진술서를 썼다면 징계위에서 소명을 하면 반영이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군 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병사가 제대를 앞둔 상황에서 사건이 발생한 지 한참 지난 사유를 근거로 징계위에 회부하는 것 자체도 몹시 이례적"이라면서 "있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진술서 작성을 강요하는 행위는 강요죄에 해당해 고소를 통해 가해자들에 대한 사법처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병역문화혁신 1번지어야 할 계룡대에서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은 '등잔 밑이 어두운 꼴'"이라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군 수뇌부가 인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