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부동산 자금 800조 원, 투자처 없이 맴돌고 있다

 

단기 부동자금이 800조 원을 넘었다. 금리가 떨어지면서 시중에 많은 돈이 풀렸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기 때문이다.

16일 한국은행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단기 부동자금은 800조 7천 260억 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었던 2009년의 646조 7천억 원에서 19.8%나 급증한 것이다.

그동안 부동산 자금은 명목 국내총생산(GDP) 증가율보다 낮거나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었다. 한국 경제의 덩치가 커지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 했던 것이다. 하지만  2014년 두 차례의 금리 인하 후 단기  부동산 자금은 11.5%나 급증하며 경제 성장 속도를 뛰어넘었다.

단기 부동산 자금은 시장에 돈이 많이 풀렸는데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늘어난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가 불안해지면 사람들은 현금화할 수 있는 곳에 돈을 보관한다" 라며 "투자 대인이 없는 상황에서 대기성 자금이 증가한다" 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단기 자금이 주식이나 부동산 시장을 자극해 소비와 투자 심리 개선하는데 기대를 하고 있다. 하지만 늘어난 자금 규모가 투자 의지를 갖지 못한다면 그저 고여있기만 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두 차례의 금리 인하는 사실상 큰 효과를 보지 못 했다. 금리 인하로 형성된 자금이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금융권 주변에서만 맴돌았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한국 경제가 낮은 금리에도 가계와 기업이 돈을 풀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졌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금리 인하의 효과가 나지 않았는 가장 원인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과 두려움이 커진 데 있다. 저성장 시대를 맞아 증시와 부동산 시장 등 어디에서도 예전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지고 있으며, 어디에 투자해야 수익을 얻을지도 불확실해 투자 방향성을 잃은 자금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