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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등 아랍국가, 예멘에 대규모 군사작전... 사우디-이란 대리전

예멘, 중동의 새 화약고로 떠올라 ... 수니파-시아파 갈등 심화

사우디아라비아 등 아랍권 국가가 26일(현지시간) 예멘의 시아파 후티 반군을 상대로 한 군사작전을 전격 개시했다.

이는 시아파 반군이 예멘 전체를 무력으로 장악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인한 것이다. 후티는 지난달 6일 쿠데타로 정부를 전복한 뒤 현재 반대세력의 중심지인 남부도시 아덴까지 위협하고 있는 상태다.

후티를 지원하는 배후가 시아파 종주국 이란으로 알려져 있어, 사우디 등의 군사작전은 시아파 반군이 아니라 이란을 겨냥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우디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알아라비야 방송은 사우디가 이번 작전에 전투기 100대를 동원했고 지상군 15만명도 파병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예멘 공습에 동참한 국가는 이집트, 모로코, 요르단, 수단,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바레인 등이며 이집트, 파키스탄, 요르단, 수단도 지상군 파병을 준비 중이라고 이 방송은 전했다.

사우디가 전날 미국에 예멘에 대한 군사개입에 대해 사전에 고위급 통로를 통해 문의했으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이를 지지했다고 보도했다.

버나뎃 미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은 "오바마 대통령은 걸프국가 주도의 이번 작전에 정보·군수 분야의 지원을 하는 안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아델 알주바이르 미국 주재 사우디 대사는 25일 워싱턴D.C.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멘의 합법적인 정부를 지키고 후티가 나라를 장악하는 것을 막기위한 작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카타르, 쿠웨이트, 바레인, UAE 등 걸프지역 국가도 성명을 내고 "후티의 공격에서 나라와 국민을 지켜달라는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예멘 대통령의 요청에 응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날 사우디 등에 의해 공습이 개시되면서 전투기 여러 대가 후티가 장악한 수도 사나 북부 알다일라미 공군기지를 폭격해 활주로를 파괴했다.

또 '아랍의 봄' 민주화 시위로 지난 2012년 물러난 독재자이자 후티와 전략적으로 협력관계인 알리 압둘라 살레 전 대통령의 편에 선 정부군이 통제하는 사나 남부 무기고도 공습했다. 후티가 지난해 9월 순식간에 수도 사나를 점령할 수 있던 것은 살레 전 대통령 편에 선 정부군의 협력이 뒷받침된 것이었다.

살레 전 대통령은 권좌에서 내려왔지만 여전히 예멘 의회 다수당인 국민의회당의 당수인데다 정부군엔 그에게 충성하는 장교들이 건재해 복귀 가능성이 열려 있는 상태다.

사우디 등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을 중심으로 한 아랍권 국가들이 후티 반군을 저지하기 위해 군사 개입에까지 나섬에 따라 예멘 사태가 중동 전체의 싸움으로 확산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 등 걸프지역 수니파 왕정은 종파·정치적으로 '앙숙'이자 '숙적'인 시아파 종주국 이란을 예멘 시아파 반군 후티의 배후로 지목하고 있어, 이번 이번 예멘 공습은 단순한 쿠데타 반군 토벌전에 그치지 않고 중동 전체, 수니파와 시아파의 군사적 충돌로 확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예멘에서 사우디와 이란 간의 대리전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돼 예멘이 중동의 새로운 '화약고'로 떠오르고 있다.

이란은 후티가 지난달 일으킨 쿠데타에 몰려 남부 아덴으로 피신한 압드라부 만수르 하디 대통령을 '전 대통령'으로 칭하고 있으며, 지난달 예멘 수도 사나를 통제하는 후티와 항공협력과 관련한 양해각서를 맺으면서 이들을 공식 권력으로 인정하기까지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