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국민 야식' 치킨, 2만 원 대 인상은 막고 싶은 서민 소비자들

 

BBQ의 1,9000 원대 메뉴들
BBQ의 1,9000 원대 메뉴들

 

'국민 야식'인 치킨의 가격이 2만 원 대를 넘보고 있다.

치킨은 피자, 족발과 더불어 야식의 대표적인 메뉴로 사랑을 받고 있다. 출출한 주말 저녁에, 혹은 친구들과 밤늦게 스포츠 중계를 볼 때 치킨은 좋은 간식거리가 된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치킨 한 마리를 시켜도 생활비 잔고를 생각해야 할 정도로 치킨의 가격이 올라버렸다.

현재 가장 가격대가 높은 치킨 메뉴는 1만 9천 900원인 BBQ의 '베리링' 치킨이다. 2만 원에서 불과 100원이 모자른 가격이다. 이 뒤를 따라 1만 9천원인 '치즐링', 1만 8천 900원인 '허니갈릭스'도 모두 BBQ의 제품이다.

2만 원 대를 넘보는 치킨 메뉴는 BBQ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교촌치킨 역시 레드스틱?레드콤보?허니콤보 등의 메뉴를 1천 원씩 올려 1만 8천 원에 판매하고 있으며, BHC도 순살치킨 메뉴가 1만 9천 원 대로 올랐다. 네네치킨도 마찬가지로 1만 9천원대 메뉴가 있다.

치킨업체들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을 가격 인상 요인으로 들지만, 소비자들은 "불과 4000원 대인 생닭이 어떻게 2만 원 대가 될 수 있나"며 치킨 가격의 인상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다. 60년대 후반 이후 국민의 소득 수준이 높지 않았을 때 비싼 돼지고기, 소고기 대신 서민들의 입맛을 채워주었던 것이 치킨이었기에 '고급스럽고 비싼' 치킨엔 다소 괴리감이 있다. 정작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가 후라이드와 양념치킨인것도 그때문이다.

치킨 가격을 둘러싼 갈등엔 '프랜차이즈 치킨 점포'가 갖는 계층의 모호함도 작용하고 있다. 브랜드 치킨 회사들은 기업이며 자본가의 계층에 있지만, 정작 치킨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들은 소비자와 별로 다를 것 없는 서민층이기 때문이다. 지난 2012년 말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치킨 점포의 수는 3만 1139개로 점포 1개의 소비자 수요가 고작 1636명에 지나지 않았다. 치킨으로 돈 좀 벌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과열한 경쟁으로 인해 대부분의 치킨 매장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소비자들은 2010년 5000원 대인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이 출시되었을 때 치킨가격이 안정화 될 것이란 희망에 부풀기도 했다. 하지만 기존 치킨업체들은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라며 비난을 했고, 결국 통큰 치킨은 한 해를 넘기지 못하고 판매중지가 되었다. 소비자들은 "기존 치킨업계의 제 밥그릇 챙기기가 너무 심하다" 와 "그래도 소상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상반된 의견을 내놓았다. 그리고 결국 치킨 가격의 안정화는 이루어지지 못 했다.

그나마 희망적인 점은 기본 메뉴인 후라이드가 아직 1,5000원대라는 점, 그리고 치킨 원자재의 가격 하락으로 당분간 치킨 업체에서 가격 인상의 명분이 없을 거란 점이다. 지난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특수로 양계업자들이 닭고기의 공급을 늘렸으나 월드컵 흥행의 저조, 조류인플루엔자(AI) 창궐, 불황으로 인한 소비침체 등으로 수요가 공급에 미치지는 못 했다.

그리고 '2만 원'이란 치킨 가격에 갖는 소비자들의 거부감이 크다는 점도 가격 인상에 대한 심리적인 저항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마리에 2만 원이란 가격은 '비싸다'는 상징적 의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