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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보조금 상향에 소비자 '시큰둥'·업계 '무덤덤'

 

소비자 "인상 혜택 체감하기 어렵다" 냉소
이통업계, 분리요금제 할인율 인상엔 불만

 

이동통신업계는 방송통신위원회가 8일 현행 30만원인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상한액을 33만원으로 올리는 방침을 발표하자 소비자들은 "간에 기별도 안간다"는 식의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회사원 김정한(32)씨는 "보조금 몇 만원 올라봤자 별로 티도 안 난다. 보조금을 상한선까지 다 받으려면 아마 제일 비싼 요금제로 가입해야 할 텐데 대부분 사람들은 그만큼 쓰지 않으니 더 그렇다"며 "곧 전화기를 바꿔야 하는데 예전처럼 획기적인 혜택이 없어서 인터넷 커뮤니티 같은 곳을 들락날락하며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교사 김은정(38)씨는 "단말기 값이 100만원에 가까운데 보조금을 3만원 올렸다고 하니 혜택이 늘었다고 체감하기 어려운 것 같다"며 "정부가 국민 여론을 반영해 보조금을 더 올리든 통신사 자율에 맡기든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부 강모(41)씨도 "보조금을 조금 올려봤자 간에 기별도 안갈 뿐더러 최신폰은 통신사들이 보조금도 얼마 주지 않아 체감 혜택이 크지 않다"며 "결국 통신비가 인하됐다는 생색만 내고, 소비자들에게 돌아오는 혜택은 거의 없는 조치일 뿐"이라고 냉소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휴대전화 보조금 상한액 인상과 관련해 겉으로는 "정부 결정 사항이니 따른다"며 무덤덤한 기류를 보였으나 내심 부작용을 우려하는 기색이다.

대형 이동통신사의 한 관계자는 "보조금과 상관없이 소비자들은 끊임없이 (단말기 가격이)비싸다고 할 텐데 보조금 상한이 변경됐다하더라도 이 정도가 높다 낮다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정부 결정 사항을 충실히 따를 뿐"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보편적으로 소비자 혜택을 늘리고 통신 서비스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게 맞는 방향인 것 같다"며 "단순히 보조금 상한을 높이는 것으로 시장에 어떤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한편에서는 갤럭시 S6 등 인기 모델 출시를 앞두고 내려진 이번 결정이 '단말기 지원금 상한액이 반드시 소비자들에게 지원되는 돈'이라는 오해를 초래해 결국 이동통신사들이 애꿎은 원망을 듣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번 조치가 휴대전화 단말기 보조금 상한액은 무조건 소비자에게 주어지는 돈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오히려 통신사가 곤란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갤럭시S6 등 '핫'한 단말기 출시가 임박한 상황에서 보조금 상한액을 인상해 공표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보조금 상한선만큼 반드시 지원받을 수 있다는 식으로 잘못 생각할 수 있다"며 "결국 화살이 이동통신사들에게 돌아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동통신사들은 보조금 상한액 범위 내에서 전략적으로 보조금을 집행하고 있는데, 인기 단말기가 나오면 초반에는 10만원쯤 보조금을 주다가 대개 2∼3개월 지나면서 보조금을 올리는 게 관행"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애플과 삼성 등의 잘 팔리는 단말기의 경우 평균 지원금이 12만∼15만원선, 이에 비해 인기가 다소 떨어지는 단말기는 평균 20만원선이다. 또 갤럭시S5처럼 신규 단말기 출시를 앞두고 빨리 팔아치워야하는 단말기의 보조금은 이보다 높은 23만∼25만원선으로 책정돼 있다.

이번 조치가 다소나마 시장의 활력을 줄 것으로 기대하는 시각도 존재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이후 과열됐던 시장이 안정화되면서 고객들이 번호 이동이나 새 단말기 구입 등을 망설여왔던 게 사실"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지원금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면 이런 분위기가 어느 정도 반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특히 갤럭시6 등 인기 휴대전화 출시와 맞물려 시장 분위기가 조금 더 살아날 수 있는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알뜰폰 업계는 보조금 상한액이 인상되면 아무래도 현금을 많이 확보한 대형 이통사가 유리할 수밖에 없다며 고객 이탈을 염려하고 있다.

SK텔링크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황기에는 소비자들이 1만∼2만원에도 굉장히 민감해한다"며 "보조금 상한액이 늘어나면 최신폰을 살 수 있는 여력이 그만큼 커져 구형폰인 주류인 알뜰폰 사용자들이 대형 이통사측으로 넘어갈 여지가 커진다"고 말했다.

정부가 이날 소비자가 보유한 중고 단말기나 인터넷에서 구입한 공단말기로 이통사 서비스에 가입할 경우 별도 지원금없이 요금의 12%를 깎아주는 분리요금제의 할인율을 20%로 높이기로 한 것에 대해서는 업계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 결정에 대해 "분리요금제(선택약정할인)는 고객편익, 시장현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할 사안"이라며 정부가 공기업 다루듯이 사기업의 가격 정책에 개입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부가 분리요금제 할인율을 8%포인트 올린 논리가 뭔지 궁금하다"며 "소비자 대다수가 최신 스마트폰을 선호하는 상황에서 할인율이 조금 높아진다고 해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랍 속에 잠자고 있는 구형폰을 다시 꺼내 개통할지 모르겠다"며 이번 정책의 실효성을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