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AIIB와 협력해 가난 끝낸다!" 세계은행 총재 '김용' 불치병 가난 고치는 명의될까?

"새로운 기관들과 일하기 위한 새롭고 혁신적인 방법을 찾기위해 제 힘이 닿는한 모든 일을 다 하겠습니다."

"I will do everything in my power to find new and innovative ways to work with these new institutions."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Asian Infrastructure Investment Bank)에 대한 김용 세계은행 총재의 발언은 예상과 달랐다. 중국 주도의 AIIB가 미국주도의 금융질서의 중심에 있는 세계은행에 대한 위협이 될 수 있어 대립각을 세우리란 예상과는 정반대의 발언을 진심어린 어조로 또렷하게 전했다.

지금까지 언론에 보도된 미국의 태도는 새로운 경제질서를 불러올 다국적 은행의 출현에 민감한 모양새였다. 더구나 정치나 군사면에서 우방국이 아니고 민주주의나 자유주의의 신념을 공유하지 못하는 중국이 주도한다는 AIIB에 전통적 우방들이 참여하는 것을 용납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했다. 미국은 중국주도의 AIIB를 환영할 준비가 되었다는 미국 재무부 장관 잭류(Jack Lew)의 발언은 전향적 태도 변화라기 보다 현실적 전략변화라고 보는 것이 마땅해보이는 터이다.

하지만, 세계은행 총재인 김용(Jim Yong, Kim)이 바라보는 다국적 금융기관의 역할론은 사뭇 달랐다. 그는 워싱턴에서 7일(현지시각) 열린 전략국제연구센터(CSIS,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 강연회에서 "세계은행이나 AIIB가 저소득 국가가 경재 개발을 할 수 있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AIIB나 신개발은행(NDB, New Development Bank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이 2016년 설립하려는 금융기구)과 동맹관계를 형성한다면 가장 가난하고 취약한 사람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며 새로운 다국적 경제기구들과 협력하는데 대한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12대 세계은행 총재 김용
12대 세계은행 총재 김용

? 가난을 끝내겠다는 의사출신 세계은행 총재, 무지(無知)인가 의지(意志)인가?

세계은행 총재 김용은 말한다.

"2030년까지 극빈(極貧, extreme poverty)를 종식시키고, 극빈국 40%에 부의 분배를 증진해 중간소득국가(middle-income country)로 만드는 것이 세계은행의 두가지 목표이고 이것을 이루기 위해 함께 해야할 일이 많습니다."

김 총재가 금융인 출신이 아니라는 것은 그의 단정적 말하기 방식에서 바로 드러난다. 금융인은 분석하고 보고하지만 결론을 내지 않고, 상황과 흐름을 이야기하면서 계획은 말하지않는다. 금융에는 시장이라는 절대적 존재가 신처럼 존재하고 있고, 그앞에 인간은 나약한 역할 수행자(Role Players)에 불과하다. 선진국이건 기세좋은 신흥개발국이건 시장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는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금융인의 생각체계다. 국가건 기업이건 개인이건, 그가 아무리 강자이거나 부유한 자라고 하더라도 그 역할을 수행할 뿐이지 시장을 지배하려고 하면 불황과 불균형의 무시무시한 재앙을 맞이하게 된다는 신앙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300 페이지의 상황진단 보고서를 내기를 선호하지, 어떻게 할 것이다라는 세마디의 단언적 메시지는 전하지 못한다. 애매모호함이야말로 시장이란 절대자에 대한 신실한 금융인의 겸손함의 증거이고 신앙고백인 것이다.

하지만 김용은 금융인이 아닌 의사출신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서울대 출신 치과의사의 아들로 태어났으며, 그 자신도 하버드대학 의학박사다. 세계은행 총재라고 엘리트 금융인 코스를 밟아왔을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의외인 경력이다. 의사가 된 이후 다트머스 대학교의 총장, 하버드 메디컬 스쿨의 국제 보건?사회의학과장 등을 맡았으며, 인류학 공부를 하기 위해 다시 한 번 학위 취득에 도전하기도 했다. 청년 시절부터 인류학과 정치학을 공부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하버드 대학의 의무 박사와 사회과학 박사 통합학위 프로그램의 첫 입학자였다.

굳이 인류학 공부를 한 이유는 그의 이후 행보에서 드러난다. 그는 스물 여덟 나이에 최빈국의 질병 퇴치를 위한 "Partners in Health(건강의 파트너)"란 단체를 설립했고, 수시로 아프리카로 날아가 질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했다. 이에 세계보건기구(WHO)는 그를 에이즈 국장으로 임명했다. 이 외에도 그는 300만에 가까운 사람들이 결핵, 말라리아 등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도록 20년 이상 저개발국의 보건 발전을 위해 일했다.

의사출신인 김용총재는 세계은행이란 종합 병원이 고쳐야 하는 병은 가난이라고 진단을 내리고 15년의 수술을 거쳐 고쳐보겠다는 처방전을 쓰고 있는 것이다.

? 오바마와 통한 것은 금융패권이 아닌 저개발국가에 대한 지원 의지.

오바마가 김용총재를 지명하며 밝힌 소개는 다음과 같다.

"짐(JIM)은 20년간 전세계 개발국가의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세계은행은 지구상의 빈곤은 줄이고 삶의 기준을 높이는 가장 강력한 기구여야만 하는데, 짐의 개인적인 경험과 봉사의 시간들은 이 직분에 그가 가장 이상적인 후보가 되게했습니다."

김용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
김용을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지명한 미국 오바마 대통령

2012년 3월,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세계은행 총재로 임명된 이후에도 그의 행보는 일관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2014년 10월에 에볼라 창궐로 인해 세계 각국이 항공기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자 그는 "인간의 연대 부족으로 세계가 에볼라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자국의 일이 아니라고 몸을 사릴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에볼라가 퍼지기 전에 발병지로 들어가 치료법을 개발하는 용기를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 "나는 가난과 싸우는것이 직업이라 행복하다"

AIIB는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 저개발 국가에 적극적인 시설투자를 하고 있다. 이 나라들은 경제적 발전을 이루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본이 없어 산업 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항만과 철도, 도로 공사는 분명 저개발 국가들의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는 김용 총재가 세계은행의 수장으로서 갖고 있는 사명감과 방향이 일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12년 서울대학교에서 강연을 하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내가 만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은 세계은행 직원들입니다. 그들은 매일 가난과 싸우는 것이 직업이니까요"

? 지금은 15년 후 가난을 종식시키기 위해 마지막으로 밀어붙여야 할 때입니다.

김용총재는 세계경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로서 정확한 정보를 책상위에 놓고 있다. 매년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하는데 1조에서 1조 5천억달러의 돈이 투자되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2030년까지 40퍼센트가 더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40%의 물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이며 이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가속화되고 있다. 그러나, 지난 25년의 발전추이를 극빈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그의 시각은 생각보다 희망적이다.

"1990년대 52억의 인구중 36%가 극빈층이었습니다. 73억이 된 현재는 12%입니다. 거의 20억명에 달했던 극빈층이 10억이 안되게 줄어든 것입니다."

하지만 10억명의 극빈층은 하루에 1.25달러가 안되는 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극빈층의 삶에 대한 김 총재의 현실감각은 가난한 자의 실생활에 피부에 와닿게 설명하고 있다.

"가난이란 것은 25억명이 은행계좌가 없다는 것입니다. 가난이란 것은 14억명이 전기없이 생활하는 것입니다. 가난이란 것은 배를 곯은 자식을머리맡에 재우는 것입니다. 가난이란 것은 몇센트의 돈을 벌기위해 자식의 학업을 포기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가 가진 가난을 종식시키겠다는 사명감을 생각한다면 세계은행이 전세계 어떤 기관과도 손잡을 수 있다는 강한 의사를 비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몇년이라도 일찍 다른 기관들과 연대를 형성할 수 있다면, 그 결정은 15년내 극빈을 종식시키고자하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하는 기회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입니다."

그는 2015년 4월 14일 시작되는 봄 회의(2015 Spring Meetings)를 희망에 차서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7월 아디스 아바바 모임과 9월 UN 모임에서 세계 경제 리더들에게 결단을 촉구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2015년은 그의 의지대로 가난을 종식시키기 위한 최후의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지 경제전문가들은 지켜볼 것이다.

 

세계은행 김용총재
2015 봄회의 , 세계은행, IMF 워싱턴 DC (출처=IM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