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디테일의 악마' 고개든 이란핵협상…최종합의 난항예고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9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핵협상 잠정 타결 뒤 침묵을 지키던 하메네이는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9일(현지시간) 테헤란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핵협상 잠정 타결 뒤 침묵을 지키던 하메네이는 이날 공식 트위터를 통해 "이란 협상팀을 지지하며 국익을 확실하게 하는 협상엔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아직 어떤 조처도 시행되지 않았고 구속력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협상 결과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핵협상 타결의 핵심 조건인 제재 해제를 둘러싸고 이란과 미국의 입장차가 분명해지면서 6월 말 최종합의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협상 결과를 설명하면서 언급한 '디테일(세부사항)의 악마'가 결국 고개를 드는 모양새다.

이란 정책의 최종 결정권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는 9일(현지시간) 핵협상 최종합의가 이뤄지는 즉시 이란에 대한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메네이가 핵협상에 대해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핵협상에 대해 찬성도 반대도 하지 않는다며 평가를 유보했으나 최종합의와 함께 제재가 해제돼야 한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그는 또 군사기지는 국제사회의 사찰대상이 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포르도 등 핵시설 일부는 군기지 내에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핵협상을 지지해온 하메네이의 이같은 언급이 이란 내 보수파의 반발을 달래려는 전략의 일환일 수 있다면서도 최종합의에 난관을 예고한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을 통해 이란의 합의 준수 여부가 확인돼야 이란 제재가 중단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제프 래스키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 대행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최종 도출된 공동의 포괄 행동계획에 따라 이란 측이 어떤 조건을 만족시켰다는 검증이 이뤄졌을 때 이란에 대한 제재가 단계적으로 중단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는 "제재의 중단이나 완화 절차는 이란이 중요한 절차를 완료하고 브레이크아웃 타임이 적어도 1년 이상으로 늘어난 뒤에야 시작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브레이크아웃 타임은 핵무기를 만들기로 다시 결심한 시점부터 필요한 핵물질을 확보하기까지의 시간을 뜻한다.

세부사항에 대한 이견이 6월 말까지로 예정된 핵협상 최종합의에 암운을 드리울 가능성은 애초부터 예견됐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7일 공개된 미국 NPR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계속 만들어 가야 하는 세부 사항(디테일)들이 있다"며 "악마는 디테일 안에 있고, 우리는 앞으로 두세 달 동안 매우 힘든 협상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도 이날 하메네이의 언급에 대해 "최종합의까지 갈 길이 멀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메네이는 미 국무부가 지난 2일 핵협상 타결 직후 이란 제재가 IAEA 검증 이후 유예될 것이라고 밝히자 "대부분이 합의와 반대되는 내용"이라며 "미국은 언제나 약속을 깨고 속이려 한다"고 비난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물론, 협상 참여국 중 한 곳인 프랑스의 핵협상 참고자료 내용도 미국이나 이란에서 발표한 것과 다르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정책연구기관 BPC는 프랑스의 발표 내용 중 이란의 개량형 원심분리기 사용에 대한 부분에 '이란은 12년 뒤에 'IR-2'와 'IR-4' 원심분리기를 이용한 우라늄 농축을 할 수 있다'는 대목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미국은 물론 이란에서 발표한 내용에도 없는 부분이다.

BPC 의 블레이즈 미츠탈 외교담당 분석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이란 사이에서만 (발표된 협상 내용이) 다르다면 협상을 위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지만, 프랑스의 발표 내용도 다른 점은 (협상에) 성급한 부분이 있었다는 의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