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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완종은 과연 꼬리였을까?… 문재인 "진실이 담겨있을 것"

文 "성완종 발언에 진실 담겨...金·許, 비서실장된 연유 드러나"
"자칫 與 지지층 결집할라"...신중론 고개 속 대응수위는 조절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10일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자살 직전 김기춘·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거액을 건넸다고 주장한데 대해 '박근혜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로 규정하며 총공세를 폈다.

두 전직 비서실장을 비롯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철저한 검찰 수사 등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파헤쳐야 한다며 여권과 검찰을 압박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발언 당사자가 고인이 돼 당장 진위가 가려지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춰 대응수위를 놓고는 당장 당 차원에서 특검 카드 등을 꺼내기 보다는 상황을 보면서 조절하자는 신중론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번 사건이 4·29 재보선 국면에서 야권에 '호재'가 될 수도 있지만 섣부른 강공이 오히려 여권 지지층의 결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어 보인다.

김성수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이번 사건은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 실세들이 연루된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이자 박근혜정권 최대의 정치 스캔들"이라며 "실체적 진실은 반드시 철저하게 규명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의 당사자인 김, 허 전 전 실장은 국민 앞에 실상을 낱낱이 고백해야 한다. 모르쇠로 피해갈 생각은 하지 말라"며 "검찰은 이런저런 핑계로 덮고 가려해선 결코 안되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왜 두 분이 비서실장이 됐는지 이해된다"(주승용 최고위원),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전병헌 최고위원), "검찰이 정권 눈치를 보지 말고 성역없이 수사해야 한다"(오영식 최고위원), "박근혜정권 실세와 부패한 기업의 결탁이 드러난 만큼 '성완종 리스트'를 밝혀야 한다"(추미애 최고위원) 등의 발언이 쏟아졌다. 유승희 최고위원은 유서 공개와 함께 특검을 요구하기도 했다.

문재인 대표는 회의 인사말에서는 이번 일을 언급하지 않았으나,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먼저 성 전 회장의 명복을 빈다"며 "마지막 남긴 말씀은 죽음을 앞두고 우리 사회에 특별히 남긴 것이니만큼, 진실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 말씀에 의하면 박근혜정부에서 허태열, 김기춘 두 분 전직 비서실장이 왜 연이어 비서실장이 됐는지 연유가 조금 드러난다"며 "성 전 회장의 죽음이 대단히 안타깝지만 자원비리 수사가 위축돼선 안 된다. 사실여부를 철저하게 가리는 수사가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 대표는 "검찰이 여러 차례 개선하겠다고 공언했음에도 불구, 수사를 마치기도 전에 피의사실부터 공표해 인격적으로 모욕을 가하는 잘못된 수사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바로잡아져야 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칫 해외자원개발 국정조사의 동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경계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회의에서 "성 전 회장의 사망으로 자원외교의 진실을 밝히는 것이 흐지부지돼선 안 된다"며 이명박 전 대통령 등 핵심 '5인방'의 증인 채택을 거듭 촉구했다.비 공개 지도부 회의에서는 이번 사건의 성격 규정과 관련, '대선자금'으로 해야 하자는 의견도 일부 있었으나 '불법 정치자금'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으로 정리됐다고 한다. 한 관계자는 "우리에게 구체적 정보가 있는 상태도 아니니 상황을 보면서 수위를 높여가기로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