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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누구니?' 소속사가 어디니? 미쓰에이 음원순위 밀어낸 박진영, 자기잠식인가? 자기혁신인가?

박진영의 새 앨범 : 24/34 <좌> Miss A의 새 앨범 : Colors <우>
박진영의 새 앨범 : 24/34 <좌> Miss A의 새 앨범 : Colors <우>

? 왜 하필이면 이때?

연예 기획사 JYP엔터테인먼트(이후JYP)의 신보가 연달아 발매되었다. JYP의 수장인 박진영이 24/34 앨범을, 인기 걸그룹 Miss A가 Colors 란 앨범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최근 JYP 가수들의 실적은 부진했다. 박진영이 한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한 말에 따르면 자사 소속 가수들의 앨범은 큰 히트를 노리고 제작되기때문에 소소한 반응을 얻어서는 안된다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GOD, 원더걸스, 비 등 가요계판도를 흔든 슈퍼히트를 기록했던 역사들이 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앨범들의 활동은 확실히 소소한 반응을 얻어냈을 뿐이다. JYP소속 가수들의 활동이 부진하자 수지는 소녀가장 소리까지 들었다. 그러던 중 미쓰에이가 '다른 남자말고 너'로 좋은 반응을 얻고 음원 1위를 하며 오래간만에 JYP 출신 음원 장기집권자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 아버님은 누구니? JYP가 미쓰에이를 키우지 않으셨니?

이 상황에서 다른 사람도 아닌 스승이자 프로듀서이고 키우고 다듬은 아버지같은 사람이 '어머님이 누구니'라는 제목의 새 앨범을 내고 이들의 순위를 밀어냈다.

이 상황에서 자기잠식(Cannibalization)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다.

? 자기잠식 - 자기파괴를 넘어 자기 혁신을 이룬 애플과 안정적인 라인업의 삼성.

카니발리이제이션은 식인종을 뜻하는 카니발(cannibal)에서 나온 말로 코카콜라가 사이다를 팔면 콜라가 덜 팔릴까 걱정하는 상황을 말한다. 특히 요즘 소비트렌드를 주도하는 IT 기기에서 자주 제살깎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IT혁신가인 스티브잡스는 자기잠식을 넘어 자기파괴적 행위로 유명하다. 1980년대부터 자사내에서도 돈을 잘 벌어오고 잘 나가는 부서를 쓰레기 취급하면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부서를 만들면서 시장도 아닌 사내에서부터 갈등을 일으키곤했다. 애플2가 한창 잘 팔리던 시기 리사를 개발하다가 극심한 사내 분열과 회사 자원낭비를 초래해 쫓겨나기까지 했을 정도다.

애플에 다시 복귀한 후에도 비슷한 개발형태를 보였지만, 이번엔 큰 성공을 거둔다. 아이팟이라는 캐시카우를 개발하자마자, MP3를 시장에서 말살시키는 스마트폰을 들고나오는 식으로 극단적인 자기잠식 행위를 한다. 컴퓨터회사가 MP3를 만들더니 핸드폰을 만드는 식으로 정체성마저 흔들릴 정도다. 하지만, 세상은 자기를 파괴하는 혁신에 열광하고, 애플을 시가총액 1위, 전세계에서 가장 가치있는 기업으로 만들어준다.

반면, 애플과 강력한 라이벌구도를 이루는 삼성은 소비자의 기호에 따라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좌판을 벌여놓는다. 플래그쉽 모델이 있으면, 그 사양과 디자인을 다르게 하여 하위 레벨의 모델로 배분을 하는 식이다. 핸드폰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반도체도 만들고 텔레비전도 만들고 세탁기에 냉장고까지 만들지만, 자기잠식 논란을 일으킨 적은 없다.

? 안정적 자기 배분이 오히려 제살을 깎아먹을 수 있다.

JYP 이야기를 하면서 SM과 YG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계의 SKY처럼 3대 기획사로 분류되는 3사는 다른 기획사가 가지지 못한 브랜드 파워를 가지고 있다.

SM의 경우 소녀시대의 음악을 50번 이상 들은 사용자의 70% 이상은 F(x), 샤이니, 보아의 음악도 즐겨 청취했으며, YG의 경우에도 빅뱅의 음악을 50% 이상 들은 사용자의 70% 이상이 2NE1, G드래곤 등의 음악을 들었다. 하지만 JYP의 경우 이 상관관계가 거의 없거나 매우 약했다.

SM의 경우 아티스트들을 'SM타운'이란 프로젝트로 묶어 공연과 방송 출연, 앨범 발매를 함께 하기도 하며, YG는 패밀리라는 표현을 쓸만큼 소속감이 강하다. 반면 JYP NATION은 그 표현이 낯설정도로 음반시장에서 강력한 소구력을 가지지 못한다.

JYP엔터테인먼트는 설립자이자 대표이고 프로듀서인 박진영의 '색'이 음반에 강하게 묻어 나오는 기획사다. 소속 아티스트는 데뷔부터 은퇴까지 박진영의 영향권 아래에 있게 되며, 성교육까지 가르쳐주는 박진영에게, 음악적으로 닮아가게 된다.

SM의 소녀시대의 곡을 들으며, 이수만을 떠올리거나, YG 소속 PSY의 곡을 들으며 양현석을 떠올리는 사람은 없는 것과 달리, 박진영은 자신의 스타일을 소속가수들에 짙게 물들인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2AM,2PM,GOT7,미쓰에이,원더걸스,선미,핫펠트,버나드박,지소울 등을 보자면 박진영의 변신합체 분신들같다. 오전,오후, 소년, 청년, 남자, 여자, 춤, 보컬, 섹시, 진지 등 여러 버전의 박진영을 보고 있는 것같다. 그래서인지 박진영에게서 발견하기 힘든 모습인 청순한 스타일이나 풋풋한 컨셉의 백아연이나 15&,그리고, 누구보다 재미있는 스타일의 랩을 하는 산이는 그 가능성과 대중적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JYP내에서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런 상황은 모순되게도 SM 출신이거나 YG 출신이라면 일단 믿고 관심을 가지는 반면 JYP출신이라고 해서 시장이 반응하지는 않는 결과를 낳았다. 그 어느 팀보다 우월한 외모와 실력을 갖춘 GOT7이 아직도 아이돌계에서 2군에 머무는 것도 2AM, 2PM의 소년 버전 라인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결국 팬들이 흔히 말하는 '박진형 화(化)' 때문에 정작 한 그룹의 퍼스낼리티는 강력하게 살려내지 못하는 것이다. SM의 동방신기, 소녀시대가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었고, YG의 빅뱅과 2NE1이 특정 장르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발전한 것에 비하면, JYP의 대표주자 2PM과 Miss A는 박진영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것같다.

JYP의 특징은 재미있게도 삼성전자의 전략과 굉장히 닮아 있다. 두 기업 모두 '유사한 많은 제품군 (아티스트)'와 '낮은 브랜드 충성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수많은 플래그십 모델인 갤럭시 S 시리즈 외에도 수많은 파생상품이 있다. 하지만 갤럭시 스포츠 시리즈나, 갤럭시 미니 시리즈, 갤럭시 네오 시리즈 등 비(非) S시리즈를 사용하는 고객은 많지 않다. 어차피 안드로이드를 사용해 소프트웨어는 같은데다, 각 모델이 강조하는 특징도 두드러지지 않아 가장 성능이 좋다고 하는 S 시리즈만 구매하는 것이다. 결국 S 이외의 제품들은 인지도도 떨어지고 팔리지도 않아 기업의 재고 부담으로 남는다.

찬밥이 된 비주류 갤럭시들...

찬밥이 된 비주류 갤럭시들...

삼성은 스마트폰뿐 아니라 PC, 카메라, Mp3 등 다양한 전자제품을 생산한다. 하지만 이 제품들 간의 상호작용은 거의 없다. 그래서 삼성 컴퓨터를 산 사람이 이미 삼성에서 나온 컴퓨터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사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애플의 매킨토시, 아이폰, 아이팟이 서로 강력한 연동 기능을 갖고 있어 강력한 생태계를 형성하기 때문에 매킨토시를 가지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핸드폰은 아이폰, MP3는 아이팟을 사게 된다. 고객의 브랜드 충성도는 자연스레 높아진다.
JYP 역시 자사의 아티스트들이 브랜드 충성도를 높여주거나 서로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다. 모바일 소셜 뮤직 플레이어 미로니에가 SM과 YG, JYP의 사용자 음원 재생 패턴을 분석한 결과, SM과 YG의 팬은 소속사의 여러 가수들의 음악을 모두 듣는 데 반해, JYP는 한 가수의 음원만 골라서 듣는다는 분석이 나왔다.
회사의 전년도 실적은 냉정하게 박진영 라인업의 결과를 보여준다. JYP의 2014년 총매출은 480억 원이었다. 이는 같은 기간 SM 2,680억 원, YG의 1,560억 원에 크게 뒤처졌으며, 신흥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FNC 엔터테이먼트의 600억 원보다도 적은 규모였다. 시가총액에서도 SM은 9,900억 원, YG는 6,324억 원인데 반해 JYP는 고작 1,756억 원에 그쳤다.
JYP 스타일은 이제 그만~!
하지만 박진영의 뮤직비디오는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하지만 박진영의 뮤직비디오는 충성도가 높은 편이다.

? 떡고와 수지는 다르다. 암 다르고 말고.

이제는 JYP도 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이제는 JYP도 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길

삼성은 갤럭시 S6를 내놓으며 눈부시게 새롭게 라는 슬로건을 내세웠다. JYP 소속 연예인들은 충분히 새롭고 눈부신 외모와 재능을 갖추었다. JYP 스타일을 부수고 나올때 그 아름다움은 더 빛을 발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수지가 아무리 연예를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수지의 대체재로 박진영이 될 수는 없다. JYP의 소속 연예인들의 면면을 보면 사실, 조권의깝치는 모습이나 소희의 시크한 모습등 박진영과 다른 모습이 있었다. 공기반 소리반으로 노래하지 않아도 말하듯이 노래하지 않아도 그루브가 없어도 좋은 노래일 수 있다.

? 결국 노래만 좋으면 된다.

노래만 좋으면 두곡 정도는 들을 수 있고 살 수도 있다. 미쓰에이가 잘 나가건 말건 자기 음반이 좋다고 내놓은 것에 대해서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미쓰에이와 자기는 다르다고 말하는 것같아서다. 같은 상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 시장에 내놓았다고 생각하고, 자사 소속 연예인이 본인과 다르다는 점을 받아들이기를 기대해본다, 자기잠식이라고 두려워하기 보다 좋은 곡을 세상에 내놓는 본질에 충실하다면 JYP 내에서도 혁신적 파괴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