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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은 한국이 괜찮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

문학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문학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는 "사죄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며 과거 일본의 침략 사실을 인정하고 상대국이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라카미는 17일 보도된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자잘한 사실이 어쨌건 간에 (일본이) 타국을 침략했다는 개요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무라카미는 한중일 관계에 언급, "역사인식은 매우 중요하기에, 제대로 사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뒤 "상대국이 '시원하게 한 것은 아니더라도 그 정도 사죄했으니 이제 됐다'고 할 때까지 사죄할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는 오는 8월로 예정된 전후 70주년 담화 발표와 관련,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사죄 문구를 넣을지 말지 망설이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역사인식에 일침을 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무라카미는 "동아시아 문화권에는 아주 큰 가능성이 있다"며 "시장으로서도 매우 큰 양질의 시장에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서로 으르렁대서는 좋을 일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과 한·중 사이의 갈등에 대해 "지금 동아시아에서는 큰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며 "일본이 경제대국이고, 중국과 한국이 개발도상국이던 시대에는 여러 문제가 억제돼 왔지만 중국, 한국의 국력이 상승해 그 구조가 무너지면서 봉인됐던 문제가 분출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상대적으로 힘이 저하해온 일본에는 자신감 상실 같은 것이 있어서 좀처럼 그런 전개(한국과 중국의 부상)를 솔직하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3국 관계가) 진정될 때까지 분명 파란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무라카미는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 이후 15만명이 피난 생활을 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아베 정권의 원전 재가동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오랜 기간 살던 땅을 돌연 떠난다는 것은 인간의 혼이 부분적으로 살해되는 것과 같다"며 "그런 사람을 15만명이나 만들었다는 것은 국가 존재의 근간과 관련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적인 위험성을 가진 채로 원자력발전소를 재가동하는 것은 국가의 도덕(모럴) 차원에서 봐도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통상 '원자력 발전소'라고 부르는 영어 단어 '뉴클리어 플랜트'(nuclear plant)는 직역하면 '핵 발전소'라는 점을 상기시킨 뒤 평화적 이미지를 주는 '원자력 발전소' 대신 '핵 발전소'로 부르자고 제안했다.

근년 들어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무라카미는 냉전 종결 이후 포스트모던 시대를 사는 현대인의 상실감과 허무를 담백한 필체로 그려내 아시아는 물론 유럽과 미주에서도 폭넓은 독자층을 확보한 인기 작가다.

대표작으로는 '노르웨이의 숲(한국판 제목은 '상실의 시대', 1987년)' '해변의 카프카(2002년)', '1Q84(2009∼2010년)',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의 순례의 해(2013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