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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 러시아 방문은 취소…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불발

"축제 함께 했으면" 아쉬움도 표시...러'전문가는 "양국 협력 전망 어두워져"

러시아 크렘린궁은 다음 달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대전 승전 70주년 기념식에 박근혜 대통령이 불참하기로 한 결정이 양국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크렘린궁 공보실은 16일(현지시간) 박 대통령의 모스크바 승전 행사 불참 결정에 대한 러시아 정부의 입장을 묻는 연합뉴스의 질의에 "대조국전쟁(제2차 세계대전)에 초청받은 모든 국가는 자국 대표단의 수준과 형식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

크렘린궁은 그러면서도 "우리는 모스크바에서 러시아 국민과 이 축제(승전 기념식)를 함께 하길 원하는 모든 사람들을 만나길 원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었다"며 박 대통령의 방러가 불발된 데 대한 아쉬움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크렘린궁은 그러나 "전승 기념행사에 참석하는 외국 대표단의 수준과 형식이 그 나라와 러시아의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정부는 앞서 모스크바 승전 기념식에 박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대신 대통령 정무특보이자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위원인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을 특사 자격으로 파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다음 달 9일 열리는 승전 기념행사에 세계 주요국 정상들을 모두 초청하면서 박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에게 함께 초청장을 보냈다.

이에 따라 한때 모스크바에서 남북한 정상회담이 성사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불참 결정으로 남북 정상회담은 불발됐다.

김 제1위원장은 러시아 측에 승전 기념행사에 참석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현지에선 김 제1위원장의 방러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여전히 다자행사 참석에 대한 부담감과 중국과의 관계 고려 등으로 김 제1위원장이 방러를 미룰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대다수 서방 국가 정상들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개입을 이유로 모스크바 승전 기념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모스크바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승전 기념행사 불참 결정에 대한 러시아의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 제1아주국 부국장을 지낸 한반도 전문가인 게오르기 톨로라야 모스크바 국제관계대 교수는 "러시아인들은 한국이 미국의 압력으로 모스크바 승전 행사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생각해 실망하고 있다"며 "한-러 간 전략적파트너십 발전 전망이 어두워졌다"고 진단했다.

톨로라야 교수는 "이번 결정으로 독자적 행위자로서의 한국의 지위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며 "러시아가 앞으로 한국과의 협력에 관한 어떤 합의나 결정을 내릴 때 한국이 미국이나 중국의 입장을 고려할 것이란 점을 염두에 두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