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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은 7만달러부터', 직원위해 연봉 90% 삭감한 미국 청년 CEO 댄프라이스 화제

 

행복에 관한 글 읽고 직원들에게 연봉 7만 달러 주기로... "임금인상은 도덕적 의무"

댄 프라이스

(Photo : 출처 = 댄 프라이스 SNS)

워싱턴 주 시애틀의 한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의 연봉을 90% 삭감하는 대신 120명의 전 직원에게 앞으로 3년 안에 최소 7만 달러(7,670만 원)의 연봉을 지급하겠다고 약속해 화제다. 이 회사의 지난해 직원 1인당 평균 연봉은 4만8,000달러였다. 연봉을 3년 안에 두 배로 올려주겠다는 것.

최저 연봉을 7만달러로 정한 것은 연봉이 오를수록 직원의 정서적 웰빙 수준도 증가하지만, 일정선(7만5,000달러)을 넘으면 만족도 증가 속도가 줄어든다고 주장한 2002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기도 한 대니얼 카너먼 프린스턴대 교수의 '정서적 웰빙(emotional well-being)' 이론에서 영감을 얻었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기업들은 '주주이익 극대화'와 'CEO에 대한 보상'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이 CEO는 '직원들의 행복'을 우선 순위에 두었다. 최근 CEO와 직원의 연봉차가 최대 2000배가 넘게 나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나온 파격적인 선언이어서 미국 사회에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CNN 등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 기업인 그래비티페이먼츠의 댄 프라이스 CEO는 지난 13일 직원들에게 자신의 연봉을 깎고 직원들의 연봉은 3년 안에 최소 7만 달러로 올리겠다는 새로운 임금 방침을 발표했다.

프라이스 CEO의 상상치도 못한 폭탄 선언 후 직원들은 순간적으로 얼어붙었으나 이내 환호성과 하이파이브가 터져나왔다.

연봉이 순식간에 16%나 오르게 된 이 회사의 한 영업 직원은 "모두들 사장의 말을 이해하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면서 "부인에게 제일 먼저 전화했더니 '믿을 수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새로운 임금 방침에 따라 이 회사의 절반이 넘는 70명의 직원의 임금이 오르게 됐다. 특히 경비원, 전화상담원, 판매직 등 하위직 30명의 연봉은 거의 2배나 인상되게 됐다.

프라이스 CEO는 이를 위해 100만 달러(10억9,000만 원)에 가까운 자신의 연봉을 직원들과 같은 수준인 7만 달러로 삭감하기로 했다.

프라이스 CEO가 시애틀퍼시픽대학 1학년으로 19살 때인 2004년 기숙사에서 창업한 그래비티페이먼츠는 연매출 1억5,000만 달러, 순익 200만 달러(21억9,000만 원)의 알짜 회사지만,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4만8,000달러(5,260만 원) 정도인 중소기업이다.

직원들의 임금을 최소 7만 달러 정도로 올리면 올해 기대 수익 220만 달러 가운데 75∼80%가 인건비로 나가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라이스 CEO가 이 같은 결심을 하게 된 것은 연간 급여가 7만 달러에 못 미치는 계층에서는 '가욋돈'이 삶의 질을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내용의 행복에 관한 한 기사를 읽고 자극을 받았기 때문.

그는 "직장생활 하는 친구 대부분이 연봉 4만~5만달러를 받는데, '치솟는 집세와 자녀 교육비 때문에 항상 적자'라고 하소연한다"면서 "소득불균형 문제가 심각한데 우리 회사부터 바로잡아보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자신이 미혼인데다 이 회사의 주주가 자신과 형뿐이어서 큰 반대 없이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그는 "형은 신중한 반응이었지만 반대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프라이스 CEO는 주행거리 22만㎞를 넘는 12년 된 중고차를 타고, 스노보드를 타는 게 유일한 사치일 정도로 검소하지만 2010년에는 미 중소기업청이 선정한 '올해의 기업가상'을 받고 백악관에 초청돼 오바마 대통령과도 만나기도 했을 정도로 유망한 청년 CEO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일이 미국 경제 핫이슈 중 하나인 CEO와 직원 간의 임금격차 문제를 건드리는 이야기라고 큰 관심을 보였다.

그는 자신과 직원 간 임금격차가 커서는 안 된다면서 임금인상은 '도덕적 의무'라고 CNN머니에 말했다.

또 "나의 목표는 2∼3년 내에 예전 수준의 수익을 내는 것"이라면서 그때까지는 자신의 급여를 올리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 같은 소식에 프라이스에게 이메일과 문자 메시지로 공감을 표시한 CEO는 100여 명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