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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대통령 이명박, 도시 가스 요금 인상 막다보니 자원외교에 국민 세금 낭비했다. 시장경제 외면한 탓

취임 직후 행사에서 손을 흔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 행사에서 손을 흔드는 이명박 전 대통령

? 산업부, 연료비 연동제에 근거한 가스 요금 인하 결정

도시가스 요금이 10.3% 인하된다. 산업통산자원부는 이번 인하 결정으로 "1560만 가구의 연간 가스 요금이 전년대비 9만 5000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산업부는 이미 도시가스 요금을 지난 1월엔 5.9%,  3월엔 10.1%를 인하한 바 있다. 원료비 연동제에 따라 유가 하락과 LNG 도입가격 인하를 즉각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연료비 연동제는 매 2개월마다 산정된 원료비 변동율 중 3%를 넘는 조정 요인이 발생할 시 이를 도시가스 요금에 반영하는 제도다.

정부는 1998년부터 가스 요금에 대한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가스비에서 원료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84.5%나 되는 데다, 국제 에너지 가격 등락 폭이 워낙 큰 탓에 국내 요금으로 가스비를 고정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오른쪽)과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도시가스요금 인하대책 당정협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문재도 산업통상자원부 제2차관(오른쪽)과 주형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이 23일 국회에서 열린 도시가스요금 인하대책 당정협의에서 논의하고 있다.

? MB, 물가잡는다며 연동제 폐지했으나… 후폭풍만 맞았다

하지만 이 제도는 2008년과 2011년 두 번이나 유보된 적이 있다.

2008년 3월엔 막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 의해 잠정 유보되었다. 유가 급등에 의한 물가 불안정 요소를 줄인다는 것이 정부의 발표였다. 하지만 유가의 상승에도 소비자 가격이 조정되지 않자 2010년 8월엔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4조 2000억 원에 달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정부는 그 해 9월부터 다시 원료비 연동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은 2011년 7월, 이명박 정부는 물가를 잡는다는 이유로 또다시 원료비 연동제를 유보했다. 가스공사는 다시 한 번 180억 원에 달하는 미수금을 떠안게 되었다. 당시 가스공사는 400%대의 미수금 회수에 시달리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해외자원개발사업이나 추가 공급지역 배관 건설 등 투자자금이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지장이 생겼다.

정부가 원료비 연동제 유보 결정을 내린 근거는 시행지침 4조인 '비상시 연동제 유보'조항에 있다. 이 조항은 국민 생활 안정과 국민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지식경제부장관의 권한 내에서 연동제의 일시 유보를 결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하지만 유보 결과는 가스 요금의 폭등과 공기업 부채 악화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의 가스 요금 정책 실패는 정부가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한데 탓이란 비판을 받았다.

원료비 연동제를 시행하는 나라 중 '비상시 유보'조항이 있는 것은 우리 나라밖에 없다. 타 국가에선 가격 변동 요인을 적기에 반영해 시장가격을 형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해외자원비리 국정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증인출석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우윤근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7일 국회에서 해외자원비리 국정조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증인출석을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하고 있다.

? 가스비 동결 정책의 악순환… 부실한 자원외교에 가스 요금 폭등까지

최근엔 이명박 정부가 임기 후반에 잇따라 가스비를 인상했던 것이 자원외교로 인한 부채를 탕감하려는 목적이었다는 가스공사 측의 보고서가 발견되기도 했다. 2017년까지 자원외교에 18조 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원료비 연동제가 유보되고 가스 요금이 동결되며 재무건정성 악화가 지속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가스공사는 수차례 정부에 연료비 연동제를 재개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연료비 연동제를 재개할 경우 정부 출범 초기부터 억제해온 요금 인상분이 반영돼 국민의 불만을 살 수 있었다. 이에 정부는 민심 악화를 피하려고 연동제 재개 시기를 2010년 6월 지방선거 이후로 결정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것이 2010년  9월부터 1년 정도 연료비 연동제가 재개되었던 배경이 이다. 결국 국민들은 급등한 가스 요금에 대해 불만을 표할 수도, 자원 외교로 인한 세수 낭비를 막을 수도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