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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가려다 평양 간 케냐인 "어? 여기가 아닌가 봐"

"아프리카 사람이 '평창'과 '평양'을 어떻게 분간하겠어요?"

케냐에서 축산업에 종사하는 다니엘 올로마에 올레 사피트(42)는 지난해 9월 황당한 경험을 했다.

평창에서 열린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 참석하려고 비행기표를 끊었는데 비행기에서 내려보니 김일성 주석 사진이 걸린 평양 순안공항이었던 것이다.

사정은 이랬다.

평창에 가는 표가 필요하다는 사피트의 문의에 여행사 직원이 평창의 영문 표기인 'Pyeongchang'으로 도착지 검색을 하다가 비슷한 평양(Pyongyang)으로 발권해 버린 것이다.

사피트는 경유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평양행 비행기로 갈아탄 뒤에도 평창으로 가는 줄만 알고 있었다. 그러나 고도로 도시화되고 발전한 한국의 모습을 기대했던 사피트에게 창 아래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영 딴판이었다.

사피트는 "아주 발전이 안된 나라 같아 보였다"면서 그때서야 뭔가 잘못된 것을 눈치 챘다고 털어놨다.

공항에 내리자 사피트를 맞아준 건 군인들과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초상화였다. 비자가 없었던 사피트는 입국장에서 북한 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여러 시간 붙잡혀 있다가 각서를 쓰고 베이징으로 쫓겨났다.

 비행기표 값이 두 배로 들고 비자 없이 입북하려던 죄로 500달러의 벌금까지 냈다.

사피트는 "평양에서의 하루를 절대 잊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평창동계올림픽에 가려는 사람들은 보험계약서 보듯이 지명 공부를 해야할 것"이라고 신신당부했다.

비행기표 예약을 해준 여행사 직원은 남북한이 분단된 것은 알고 있었지만 더이상은 아는 게 없었다면서 "이런 실수가 자주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사피트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기다리는 팬들에게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WSJ는 2002년 평창이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해 처음 도전할 때부터 지명의 유사성으로 인한 혼동이 있었고 북한이 공동개최를 바라는 움직임을 보이며 혼선이 가중됐다면서 사피트와 같은 일을 겪지 않도록 주의하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러시아 소치동계올림픽 폐막에 맞춰 지난해 2월25일자 기사에서 평창동계올림픽은 '준비된 동계올림픽'이라고 높게 평가하면서도 평창과 북한의 평양이 발음이 유사해 외국인들에게는 혼란이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당시 이 신문은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려면 두터운 외투 챙기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창은 소치보다 더 춥기 때문이다. 그런데 평창과 북한 평양의 발음이 비슷한 것이 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평창을 평양으로 혼동한 외국인들이 동계올림픽 개최지 방문을 꺼려 '올림픽 흥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