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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문화속의 스타와 정당문화속의 정치인. 당의 담장 속 문재인. 재보궐 선거 패배 불렀다.

2013년 드림콘서트에 참가한 소녀시대
2013년 드림콘서트에 참가한 소녀시대

? 팬덤이 열광적이라고  아이돌그룹의 인기가 올라간다는 뜻은 아니다.

아이돌 그룹들은 드림콘서트를 중심으로 전쟁에 가까운 열성활동을 벌인다.

드림콘서트엔 당대 최고 아이돌 그룹들이 참석해왔고, 해마다 여럽 그룹 팬클럽이 몰려와 주먹다짐이 생기기도 했다. 젝스키스 팬들은 HOT 팬들에게 물통을 던지고, HOT팬은 베이비복스 팬석에 얼린 과일을 던지는 시절이 있었다. 핑클 팬은 압정을 아래층에 쏟아붓기도 했다.

팬덤 비방 사건이 빈발하자 SM 엔터테이먼트가 업로드한 트윗
팬덤 비방 사건이 빈발하자 SM 엔터테이먼트가 업로드한 트윗

이렇게 열성적인 팬들이 있으니 팬덤 문화속의 아이돌 그룹은 자신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상대 팬덤에 비난과 비방을 퍼부어도 팬클럽 회원 수는 큰 변동이 없다는 점이다. 소녀시대 팬이 샤이니를 욕한다 해도 샤이니 팬이 소녀시대를 좋아하게 되진 않는다. 사이가 나쁜 팬덤은 많지만 한 쪽이 싸워 이긴다고 상대 팬덤이 쇠락하진 않는다. 오히려 팬클럽 결속력만 돈독해진다. 그런데 왜 그렇게 싸우는 걸까?

팬클럽에 가입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팬클럽에 가입해야 받을 수 있는 선물, 공연 할인권 등 혜택 때문에 팬클럽에 가입하는 경우가 가장 많고, 10대의 경우 친구 그룹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팬클럽에 가입하는 경우도 있다. 좋아하는 연예인과 가까워지고 싶다는 생각에 가입을 결심하기도 한다. 다만 어느 경우던 팬클럽 가입 전제조건은 해당 아이돌을 좋아한다는 것에 있다.

만약 한 아이돌 팬클럽이 두 개 있다면 팬은 두 집단 중 혜택이 더 좋은 쪽에 가입할 테다. 하지만 아이돌 대부분은 팬클럽을 한 개 갖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상대방 팬덤을 비방해도 팬클럽 회원들은 쉽게 그 팬덤을 이탈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혜택이 좋아도 마음에 없는 연예인의 팬덤에 가입하지 않는다. 결국 팬덤 전쟁은 어느 쪽도 승리하지 않는 소모전으로 끝난다.

 

문재인 새민련 대표
문재인 새민련 대표

? 정의 내세우기 전에 매력적인 정당이 되었으면

여기서 드림콘서트를 선거로, 연예인을 정당과 정치인으로, 팬클럽을 정당 지지세력으로 치환하면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이 4.29재보선에서 패배한 이유가 보인다.

상황은 야당에 유리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새누리당 요직 인사 8명이 비리 의혹에 휩싸였고,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치명적인 위기를 맞았다. 이완구가 임명 60여 일 만에 국무총리직을 사임하자 새민련 당원과 지지자들은 이미 선거에서 승리한 것처럼 행동했다.

문재인 새민련 대표는 '심판'을 운운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에겐 아직 심판할 자격이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능력이나 국정 지지도, 여론에서 시원찮은 성적표를 받고 있지만, 어쨋건 국민이 뽑은 국가 지도자다. 박 대통령에 대한 날선 비난에 박근혜 지지 세력은 반발했고, 여당이 성완종 사면 책임론, 교육감 비리 카드를 꺼내자 정의를 대변할 명분도 사라졌다. 옛날 한나라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탄핵하려다 역풍을 맞았던 것은 생각하지 못했나 보다. 새민련의 공세는 새누리당 지지세력이 결속하는 계기가 되었지 새민련 표를 늘려주진 않았다.

문재인은 차기 대권 후보 중 지지율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이다. 하지만 새민련은 아니다. 2000년대 초반 SS501 김현중은 동방신기 멤버 못지않게 인기가 많았지만 SS501 팬클럽 규모는 동방신기에 비할 바가 못 되었다. 결국 SS501은 오래가지 못하고 해체했다. 멤버 한 명만 잘나간다고 그룹이 성공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 사례다.

반면 새누리당은 스타플레이어가 많다. 이명박과 박근혜는 야당 후보에 비해 압도적인 지지세력이 있었으며, 결국 대통령에 당선에 성공했다. 김무성, 이완구 , 최경환 등 당 지도부 구성원 배경도 쟁쟁하다. 덕분에 당이 갈라지려는 조짐이 보이면 강력한 리더가 정당을 휘어잡아 이탈을 막는다. 도덕성과는 별개로 새누리당이 매력적인 점이다. 지지자들은 온갖 추문에도 불구하고 일단 새누리당을 믿어본다.

반면 새민련은 멤버간 센터 다툼에만 열심인 것 같다. 솔로로 데뷔해도 슈퍼스타가 될 수 있었던 안철수를 데려왔음에도 무대에 한 번 못 세워보고 쪽박을 찼다. 새민련 팬들이 무력감에 빠지는 것도 당연하다. 문재인이 말하는 정의는 중요하다. 하지만 새민련은 정의를 내세워 상대방을 깎아내릴 생각보단 어떻게 하면 매력적인 정당이 될지 고민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