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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스폰지밥과 징징이의 근무태도로 보는 노동자와 근로자의 차이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등장 캐릭터 스폰지밥(좌)/징징이(우)
네모바지 스폰지밥의 등장 캐릭터 스폰지밥(좌)/징징이(우)

미국 애니메이션 네모바지 스폰지밥에선 정 반대인 두 캐릭터가 등장한다. 주인공인 '스폰지밥'과 그의 직장 동료 '징징이'다.

스폰지밥과 징징이는 모두 게살 버거 매장에서 일하지만 태도는 다르다. 스폰지밥은 햄버거 만드는 일에 애정과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에게 노동은 즐거움이기에 억지로 일하지 않는다. 항상 행복하다.

반면 카운터에서 일하는 징징이는 일확천금만 노리며 노동의 가치를 등한시한다. 일보다는 플루트 연주와 회화, 조각 등 고상한 개인 취미를 즐기는데 열중하고 "내가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닌데..."라고 중얼거리며 하루를 불평불만으로 보낸다. 즐거워하는 스폰지밥을 아무것도 모르는 얼간이라며 연민의 눈빛으로 보기도 한다.

? 노동절이 근로자의 날로 개명당한 사연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해외에서는 메이데이 (May Day, 노동절)라고 부른다. 다른 나라에선 노동절이라고 부르는 날을 우리는 왜 근로자의 날이라고 부르는 걸까? 두 단어의 사전적 의미는 큰 차이가 없다.

근로자 : 임금을 목적으로 타인의 지휘, 명령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 육체적 노동과 정신적 노동을 모두 포함한다.
노동자 : 노동력을 제공하고 얻은 임금으로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 생산수단을 가지는 일 없이 노동력을 상품으로 삼는다.

'근로'와 '노동' 두 단어 사이엔 정치적 의미 차이가 있다. 정호희 민주노총 홍보실장은 "노동자가 능동적 주체라면 근로자는 수동적 대상이다. 기득권 세력이 근로자란 용어를 선호하는 이유는 시키는 대로 일하는 순종하는 일꾼을 원하는데 있다"라고 말한다. 본래 '노동절'이던 기념일이 박정희 정권에 의해 '근로자의 날'로 개명된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출근을 괴로워하는 징징이와 열심히 게살버거를 만드는 스폰지밥
출근을 괴로워하는 징징이와 일찍 출근해 열심히 게살버거를 만드는 스폰지밥

마르크스 경제학의 영향인지 자본가가 노동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견해가 많지만, 거시적인 영역에서 '갑'과 '을'의 구도로만 보긴 힘들다. 노동자는 생산 수단은 없지만 자율적으로 노동력을 제공해 수입을 얻으며, 자율적인 노동을 통해 '노동에서 오는 즐거움'도 추구할 수 있다. 스폰지밥은 햄버거 만드는 일 자체가 좋아서 성실하게 출근하고 즐겁게 일한다. 근로자보단 노동자에 더 가깝다.  

? 이상적이고 행복한 스폰지밥 VS 현실적이고 불행한 징징이… 여러분의 삶은?

물론 스폰지밥의 상황은 이상적인 면이 있다. 만약 스폰지밥이 부모로부터 "동네 부끄럽게 햄버거집 직원이 뭐니? 다른 일 찾아봐라"라고 꾸중을 듣거나, 게살 버거  사장이 임금을 체불하거나 야근을 강요한다면 더 이상 즐거운 노동은 하지 못할 거다. 아이가 생겨서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많은 매체가 청년들에게 "열정을 가져라",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라"라고 독려하지만 행복한 스폰지밥이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러나 직장인 대부분이 불행한 징징이에 더 가까운 것도 사실이다. 하는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을 하면 "내가 이런 데서 일할 사람이 아닌데"라며 현실을 부정한다. 여가와 취미에서 즐거움을 찾으려 하지만 야근과 주말 출근으로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고용주와의 계약도 족쇄가 된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의 노고를 위로하고 근무 의욕을 높이기 위해 세계적으로 기념하는 날이다. 하루 만에 노고를 씻어내기엔 노동자로 사는 것도, 근로자로 사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근로자의 날이 개명당한 배경을 되새기며 행복한 삶을 고민하는 하루로 보낸다면 의미 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우리는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노동하며 보낼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