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이런 적은 세계 금융위기 이후 처음… 수출 부진 돌파구는 경쟁력 향상밖에 없는데

정부는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대책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약 9만개인 수출 중소·중견기업 수를 2017년까지 10만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수출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부산 남구 감만부두 모습. 2014.8.12
정부는 12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를 열고 보건·의료, 관광, 콘텐츠, 교육, 금융, 물류, 소프트웨어 등 7개 유망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는 투자활성화 대책을 확정해 발표했다. 이날 발표한 대책에 따라 지난해 기준으로 약 9만개인 수출 중소·중견기업 수를 2017년까지 10만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수출 화물을 선적하고 있는 부산 남구 감만부두 모습. 2014.8.12

수출 4개월째 뒷걸음질...세계금융위기 이후 최장
높은 대외의존도 탓에 수출 감소 충격파 커질수도

수출이 4개월 연속 뒷걸음질치면서 국내 경기침체가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경기부양 정책과 금리 인하에도 실물경기의 회복이 미미해 디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에서,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마저 꺾이면 경기 회복의 불씨를 살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4월 수출액은 462억 달러로 작년 같은 달보다 8.1% 감소했다.

1월 0.9%, 2월 3.3%, 3월은 4.3% 줄어든 데 이어 4개월째 감소한 데다 폭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월간 수출액 연속 감소 기록으로는 세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이후 최장이다.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8년 11월부터 2009년 10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한 바 있다.

현 추세대로라면 연간 수출 성장세가 3년 만에 꺾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은 올해 수출액이 작년보다 1.9% 줄어든 5천620억 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최근 예측했다.

수출은 1960년대부터 거의 매년 증가하며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해왔다.

연간 수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해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2.8%)을 비롯해 2001년(-12.7%), 2009년(-13.9%), 2012년(-1.3%) 등 지금까지 단 4차례뿐이다.

최근의 수출 감소는 세계적인 교역 둔화와 유가 하락이 주원인인 것으로 산업통상자원부는 분석했다.

수출 감소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세계 70개국의 상품 수출액은 9.1% 감소했다.

 중국만 4.7% 늘었을 뿐 미국(-4.6%), 독일(-14.3%), 일본(-6.0%), 네덜란드(-17.7%), 프랑스(-15.0%) 등 주요국 대부분이 큰 폭으로 줄었다. 한국은 2.9% 감소하는데 그쳤다.

WTO 는 올해 세계 교역물량이 3.3%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저유가 때문에 전 세계 수출입 단가가 평균 11.0%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교역액은 7∼8%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세계 교역 둔화는 무엇보다 세계 1, 2위의 경제국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구조가 내수 중심으로 변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해외 생산비용 증가와 정부의 유턴 지원 영향으로 제조업체들이 자국으로 복귀하고 있다.

 중국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가운데 과거 수출 일변도의 성장 전략에서 벗어나 내수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로 인해 수입에 의존하던 중간재를 자국 제품으로 대체해가고 있다.

갈수록 강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세계적인 경제성장 둔화, 유가하락에 따른 교역단가 하락도 교역둔화와 수출감소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심화되는 엔저(엔화가치 하락) 현상과 유로화 약세도 한국 기업의 수출 여건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최근의 수출 감소는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 저하나 정책 실패와 같은 내부 요인이 원인이라기보다는 주로 외부 환경에서 비롯돼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때문에 수출 개선을 단기간 내에 도모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아 수출 감소로 인한 충격이 다른 나라들보다 훨씬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재화와 서비스의 수출입 총액을 국민총소득(GNI)으로 나눈 무역의존도는 2011년 역대 최고인 113.5%까지 치솟은 뒤 2012년 112.8%, 2013년 106.1%를 기록했다. 지난해 수출입 비중이 다소 줄면서 99.5%로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악화된 수출 여건을 탓하기보다는 변화된 교역 환경에 새롭게 적응함으로써 새로운 수출 시장을 개척하고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기업과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우리나라는 무역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수출이 악화되면 경제성장에 미치는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중국과 미국의 경제 정책이 내수 위주로 전환되면서 소비재 수입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하지만 한국 기업들은 아직 가전을 제외하고는 소비재 분야에서 축적된 경쟁력이 없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