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

안철수에게 양보 받은 두 사람. 한 명은 서울시장 돼서 보답, 다른 한 명은 필요할때만 손 내밀어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좌) 안철수 전 새민련 공동 대표 (중) 박원순 서울시장 (우)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좌) 안철수 전 새민련 공동 대표 (중) 박원순 서울시장 (우)

안철수 : 다신 민주당과 뭔가를... 설사 단일화라고 해도 않겠다 (2013년)

최근 안철수 전 새민련 공동대표를 사이에 둔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새민련 당 대표 사이 관계가 흥미롭다.

안철수 전 새민련 공동대표는 선거에서 큰 양보를 두 번 했었다. 그의 양보로 박원순은 서울 시장이 됐지만, 문재인은 대통령이 당선에 실패했다.

안 전 대표는 2011년 서울 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율을 보였음에도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안철수와 관계없이 출마하겠다."라며 출사표를 던진 박원순을 "아름답고 훌륭한 분"이라 부르며 지지했고, 이후 두 사람 관계는 매우 우호적으로 발전했다. 박 시장은 "저보다 10배나 지지율이 높은 분이 양보한다는 게 믿기 힘들다.", "둘 다 서울 시장직을 원한 게 아니라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데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라며 안 전 대표의 배려에 감사했다. 박 시장은 선거에서 53.4% 득표를 얻어 서울시장에 당선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와 대선 후보 단일화를 이루는 과정은 부드럽지 않았다. 안 전 대표 측근들이 지난 1월 출판한 '안철수는 왜?'의 본문엔 안 전 대표의 문재인에 대한 불만이 적혀 있다. 안 전 대표는 "내가 출마를 포기한다고 해서 나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문재인을 지지할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지지층 기반도 다르고 지지하는 이유도 다르다. 문재인 측에선 이것에 대한 고민과 노력이 없었다."라고 말했으며, "단일화 후 지지율이 밀리기 시작하자 선거 일정 맞춰 다니며 얼굴마담 해달라고 요청했다. 내가 공약은 거의 받아들이지 않았다."라며 섭섭함을 드러냈다.

안 전 대표는 친노 세력이 실권을 잡고 배타적 정치를 하는 민주당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출마 포기 후 지지자들에게 "문재인이 대통령이 되든 안 되든 저는 저 자신의 정치를 계속하겠다.", "앞으로 민주당과 함께 뭔가를, 심지어 단일화 협상도 두 번 다시 할 일 없다."고 선언했다. 이는 지난 20일 문재인 대표가 요청한 '초계파 혁신기구'의장직을 거부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공교롭게도 다음 날인 21일 안 전 대표는 박 시장과 공동 토론회를 개최했다. 마음 안 맞는 문 대표와 계파 갈등에 휘말리기보단, 박 시장과 정책행보를 강화하는게 이득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4월 재보궐 선거 후 차기 대선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새민련에서 안철수와 박원순이 어떤 흐름을 잡을지 주목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