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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한국 외교의 씁쓸한 뒷맛… 반기문 방북 불허와, 미국의 사드 배치 물밑작업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19일 인천시 송도 컨벤시아에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등 참석자들이 지난 19일 인천시 송도 컨벤시아에서에서 열린 세계교육포럼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반기문, '공들였던' 방북 불발...다음 기약하며 출국
케리 한미동맹 과시...사드 불지펴 우리 정부에 부담

거물급 외교인사들의 잇따른 방한으로 숨가쁘게 돌아갔던 한 주간의 외교일정이 마무리됐다.

주초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시작으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2015 세계교육포럼'을 계기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김용 세계은행 총재, 이리나 보코바 유네스코 사무총장, 앤서니 레이크 유니세프 총재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이번 주 대거 우리나라를 찾았다.

여기에 22일에는 우리나라가 주도해 2013년 창설한 중견국협의체 '믹타'(MIKTA) 외교장관 회의가 서울에서 열렸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믹타 간사국 자격으로 멕시코, 인도네시아, 터키, 호주 등 회원국 외교수장들과 활발한 중견국 외교를 펼쳤다.

윤 장관은 이번 한 주를 "한국 외교의 주"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화려한 조명 이면에는 한반도에 드리운 어두운 여운도 깊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 반기문 총장 개성공단 방북 불발…한반도 정세 불안정

우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개성공단 방북 불발은 냉엄한 한반도의 현주소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북측이 21일로 예정됐던 반 총장의 방북 허가를 하루 전 아무런 설명 없이 돌연 철회함으로써 오히려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졌다.

한국인 출신 유엔 사무총장이 북한 땅에서 계획했던 전세계를 향한 평화 메시지 발신도 불발됐다.

북측은 오히려 반 총장의 방북 불허 이후 유엔을 맹비난하는 한편, "우리의 핵타격 수단은 본격적인 소형화, 다종화 단계에 들어선지 오래다. 함부로 도전하지 마라"면서 위협 수위를 한층 높였다.

반 총장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는 첫 개성공단 방북이라는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지 못하고 22일 오전 다음 행선지인 베트남으로 떠났다.

반 총장은 "북측이 한반도와 평화안정을 위해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나가도록 촉구하는 어떤 노력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면서 적절한 계기에 방북 재추진을 다짐했지만 내년 말까지의 임기 내 방북 성사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

? 미 케리 국무장관이 강조한 한미 동맹, 사드 배치 요구 초석이었나

17일부터 1박2일 일정의 케리 미 국무장관 방한도 많은 여운을 남겼다.

케리 장관의 방한은 한일관계 악화와 미일의 급속한 신밀월 개막, 중일간 관계 개선 움직임 속에 한미동맹이 위축되고 우리 정부의 외교력이 부재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 이뤄졌다.

케리 장관은 방한 기간 "한미 간에는 빛이 새거나 1인치 1㎝, 현미경만큼의 차이도 없다(no daylight, not an inch, not a centimeter, not a microscope of difference)"면서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과시, 비판에 직면한 우리 정부의 든든한 우군 역할을 했다.

또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등으로 도발 위협 수위를 높이고 있는 북한에 대해서도 강력한 한미공조를 과시했다.

그러나 케리 장관은 18일 출국 직전 서울 용산 주한미군 기지에서 미국 장병들과 만나 북한의 위협을 거론하며 "우리는 모든 결과에 대비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사드와 다른 것들에 관해 말하는(talking about) 이유"라면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논란을 다시 수면으로 끄집어냈다.

케리 장관의 발언에 이어 미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군축·검증·이행담당 차관보는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우리는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고 한국 정부와 공식 협의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비록 우리가 한반도에 사드 포대의 영구 주둔을 고려하고는 있지만..."이라고 밝혀 논란을 더 부추겼다.

우리 정부는 사드에 대해 '3NO'(요청·협의·결정 없음)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가 최근 "(미국 측의) 요청이 오면 군사적 효용성과 국가 안보상 이익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주도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할 것"라고 밝혀 기존 '3NO' 입장에서 미묘한 변화를 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노골적 압박으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반대하는 중국과의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은 상황으로 몰리는 형국으로도 볼 수 있다.

케리 장관이 사드 발언으로 방한 성과에 물을 흐렸다는 비판도 여기저기서 나왔다.

윤병세 장관은 이번 주 '외교 주간'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신장된 소집의 힘과 지역, 글로벌 거버넌스에 대한 (우리의) 중대한 기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반 총장의 개성공단 방북 불발과 미국의 사드 압박에서 보듯이 남북관계와 외교·안보 전략에서 우리 외교·안보 당국의 주도적이고 능동적인 역할이 여전히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가시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