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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안에 미국 금리 인상 있을 예정… 한국 서민 가계 부채는 늘어날 게 확실하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미국 워싱턴 IMF본부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 기념촬영에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4.10.12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1일 미국 워싱턴 IMF본부에서 열린 IMF(국제통화기금)·WB(세계은행) 연차총회에 참석, 기념촬영에 앞서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14.10.12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시사 발언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한국은행과 시장이 함께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이 한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 역대 최고 수준인 가계부채 뇌관을 터뜨리는 도화선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금리 인상에 나서더라도 한국이 당장 뒤따를 분위기는 아니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유로존과 일본 등 주요국은 물론 신흥국까지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고 있어 일정 기간 혹은 상당 기간 시차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는 얘기다.'

◇ 한은, 미 연준 움직임 주시..."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하자 통화정책을 펴는 한국은행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그만큼 미국 경기가 체력을 회복했다는 신호이지만 한국은 금리를 뒤따라 올릴 만큼 공고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옐런 의장은 지난 22일(미국 현지시간) "올해 안 어느 시점에는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높이기 위한 초기 조치에 나서고 통화정책의 정상화 절차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발언, 미국 금리 인상 논의에 불을 지폈다.

미국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 목표치를 2008년 12월부터 0∼0.25%로 유지하고 있다.

일단 시장은 미 연준이 9월을 기점으로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할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강한 편이다.

블룸버그가 이달 8일부터 13일까지 실시한 설문조사를 보면 경제분석가 54명 중 42명이 기준금리 인상 시점으로 9월을 지목했다.

9월 기준금리 인상설에 대해선 국내에서도 상당 부분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

곽현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옐런이 언급한 '올해 적당한 시점'에 대해 논란이 일겠지만 그 시점은 아마도 9월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투자자들은 여전히 12월 이후를 생각하고 있어 그 간극 만큼의 충격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미국계 금융자문사 LPL파이낸셜 등은 연준이 올해 12월에나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란 의견을 최근 내놨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려면 물가나 고용 등 지표 개선세가 확실해야 하는데 이를 확인하려면 좀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을 대변하고 있다.

통상 미국이 금리를 올려 한국과 금리 차이가 좁혀지면 외국인의 자금 유출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한국도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것이 전통적인 견해다.

문제는 유럽과 일본이 정반대 방향인 양적완화로 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원화의 통화가치가 높아지고 수출은 부진한 상황에서 올해 들어 신흥국들은 정책금리를 앞다퉈 내리는 '통화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함부로 올리면 수출에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고민은 이주열 한은 총재의 발언에서 수차례 드러났다.

이 총재는 지난 4월 미국 워싱턴 특파원들과 간담회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꼭 한국의 금리 인상으로 이어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이달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 기자간담회에선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가까워지더라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상황에 따라 그럴 수 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옐런 의장의 발언 이후에는 한층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 총재는 26일 경제동향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옐런 의장이 연내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발언을 해서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과 자금흐름을 잘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는 미 연준의 움직임에 따라 통화운용을 탄력적으로 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채권팀장은 "경기 모멘텀이 3분기 이후 낮아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6~7월 중 한 차례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면서 "한국의 유휴 생산능력을 감안하면 내년 말까지 금리가 정상화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가계부채 뇌관 건드릴라

한국 통화당국 입장에서는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 기조로 돌아서는 것이 걱정스러운 가장 큰 이유는 가계부채다.

금리 인상은 이자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져 현금 흐름이 취약한 한계계층부터 타격을 주게 된다.

한국은행의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작년 말 현재 가계부채 총량은 1천89조원이다.

1년 전보다 가계신용은 67조6천억, 가계대출은 66조4천억원이나 늘었다. 국민 1인당 2천150만원 정도의 빚을 진 셈이다.

 정부는 기본적으로 가계부채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소 득 4~5분위의 고소득 차주가 가계부채의 70%를 차지해 상환능력이 양호한 점, 금융자산이 금융부채 대비 두 배 이상 많고 부동산 등 실물을 더한 총자산이 총부채의 5배 이상이어서 담보력이 양호한 점을 그런 판단의 근거로 들고 있다.

2차례에 걸쳐 판매한 안심전환대출도 고정금리와 분할상환 대출 비중이 전체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7~8%포인트씩 올리는 효과를 냈다.

고정금리는 전반적인 금리 인상에 대한 안전판을 마련했다는 의미이고, 원리금 분할상환 대출로의 전환은 대출 원금을 갚아 나가는 물꼬를 텄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상 흐름에 가까운 부동산 경기 활황세와 맞물려 대출 증가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점 때문에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은행권 가계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 잔액은 579조1천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8조5천억원 증가했다.

금융권의 여·수신 자금흐름에 대한 속보치 성격의 집계가 개시된 2008년 이후 월간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으로는 최대 규모다.

한국의 소득대비 가계부채비율이 미국 등 주요 선진국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도 문제다.

가처분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3년 기준 한국이 160.7%로 미국(115.1%)이나 OECD 평균(135.7%)을 능가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빚이 느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다만 과도하게 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