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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민련과 문재인 대표, 애플 보면서 마케팅 공부 좀 하셔야겠어요?

?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 애플이 아니다... 자기잠식 극복해야

새정치민주연합이 좀처럼 계파 갈등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혁신위워회를 마련하고 김상곤까지 기용했지만, 여전히 문재인 당 대표의 리더십과 포용력은 아직도 검증 대상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한 정당 안에 성격과 배경이 다른 계파가 너무 많고 시끄럽다.

원로계, 문재인계, 정세균계, 안희정계, 김한길계, 손학규계, 구민주당 계열, 민평련 계열, 486계열 등 외우기 힘들 정도로 파벌이 많은데다, 이 계파가 또 친노와 비노로 나뉜다. 5공 전후의 상도동계, 동교동계, 평화민주당과 통일민주당, 꼬마민주당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 배경을 따지면 정말 머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문재인 대표가 당 통합에 그렇게 힘들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이 계파들은 서로 주장하는 이념과 지지하는 세력에 차이가 있다. 한 계파가 커져도 다른 계파가 밀려나는 현상이 생기는 것도, 당 전체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동안 문재인 대표가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1위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당 지지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당 주도권을 둔 계파 간 갈등도 치열해 성과 없는 소모는 늘어나기만 한다.

 

같은 팀끼리 싸우기, 소나타와 K5
같은 팀끼리 싸우기, 소나타와 K5

이 모습을 보니 마케팅 이론 '자기 잠식 효과(Cannibalization Effect)가 떠오른다. 식인을 뜻하는 카니발(Cannibal)에서 유래한 단어다. 한 기업에 출시한 제품끼리 경쟁해, 정작 기업 매출이 늘어나지 않는 현상을, 식인종이 서로 잡아먹어 집단이 국가로 발전하지 못 했던 것에 비유한 이론이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경우 현대에선 소나타를, 기아에선 K5를 비슷한 시기에 출시해 낭패를 본 적이 있다. 먼저 출시한 쏘나타는 브랜드 전통성을 내세워 막강한 세일링 파워를 보였으나, 기아차가 K5 출시란 찬물을 끼얹자 판매량 상승세가 급격히 사그라들었다. 다행히 K5가 잘 팔려 국내 시장 점유율 70%대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예상했던 수익을 올리는덴 실패했다.

삼성의 경우 반대로 구형폰인 갤럭시S3, 갤럭시S4에 밀려 신형 갤럭시S5가 부진했던 사례가 있다. 스마트폰 성능이 상향 평준화 되면서 신형 고성능 폰을 살 유인이 줄어 구형폰을 계속 쓰는 사람이 늘어났고, 삼성이 '제품 파편화' 전략을 감행한 탓에 플래그쉽 모델인 갤럭시S5는 설 자리를 잃고 말았다. 결국 이전작에 못 미치는 판매량을 기록해 '가장 안 팔린 갤럭시S'란 오명을 얻었다.

 

애플 CEO 팀 쿡
애플 CEO 팀 쿡

딱 한 곳, 적극적으로 자기 잠식을 유도하는 회사가 있다. 바로 애플이다. 애플이 생산하는 매킨토시, 맥북, 아이패드, 아이폰은 휴대성과 디스플레이 크기 차이일 뿐 본질적인 기능 차이가 없다. 아이패드가 출시됐을 때 매킨토시와 맥북 판매량은 급감했다. 하지만 팀 쿡 CEO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만약 우리 제품이 가진 시장을 우리가 잠식하지 못하면 다른 업체가 가져갈 것이 뻔하다. 자기잠식 현상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애플은 자신감 있다. IT업계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높은 점유율은 맥북이 먹든, 아이패드가 먹든 결국 애플 것으로 돌아온다. 만약 새정치민주연합이 그 정도로 영향력 있는 정당이라면 계파 간 자기 잠식을 묵인해도 상관없을 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새민련은 아직 애플'급'이 아니다.